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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보람 Feb 25. 2024

나의 작고 사소한 기쁨

도서관에서, 그리고 이 동네에서만 찾을 수 있는 나의 기쁨들

1. 책 제목만 듣고 바로 찾기


"아, 그거 있잖아요. 무슨 편의점인가, 그거."


"불편한 편의점이요?"


"맞아요! 불편한 편의점!"


"책 찾아드릴게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도서관의 장서가 많지 않기에 매일 배가 상태를 확인하다 보니 이용자들이 찾는 어지간한 책은 시스템에서 검색하지 않아도 서가의 어디쯤에 있는지 위치까지 전부 외우고 있다. 간혹 어떤 책을 찾고 있는데 책이 그 자리에 없어서 못 찾는다고 하는 경우에도 위치를 기억하고 있으니 금방 찾을 수 있다. 말만 하면 주저 없이 찾아내는 능력에 가끔 놀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반응을 볼 때 나는 마음속으로 미소 지으며 혼자 뿌듯한 기분을 만끽한다.



2. 열정적인 올리브영 아르바이트생


   나의 작고 사소한 기쁨은 도서관 안에만 있지 않다. 늦은 밤 야간근무를 마치고 시장을 지나 도심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지하상가의 올리브영에 들려 마스크팩과 화장품을 구경한다. 올리브영에 들어서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만날 수 있는데 그냥 목소리만 큰 게 아니라 눈을 보면서 인사한다. 계산할 때도 깍듯하고 예의 바른 모습에 정말 서비스업의 정석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이 일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친구를 움직이는 동기가 내적 동기인지 외적 동기인지 알 수 없지만, 항상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그 좋은 에너지가 나에게도 전해져 어깨가 천근만근인 늦은 시간에도 조금 힘이 난다. 우리 모두는 이 시간에도 열심히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구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3. 15분만 걸으면 만날 수 있는 대형마트


   사실 지금 도서관이 있는 시장에서도 마트가 있다. 온누리상품권도 쓸 수 있고 가깝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온누리상품권으로 10% 할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집 근처 마트보다 비싸다. 심지어 몇몇 품목은 동네 편의점보다 비싼 것도 있다. 브랜드도, 개수도 동일한 공산품인데. 급여가 많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편인데, 이곳에도 대도시의 대형마트처럼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웬만한 건 다 있는 대형마트가 있다. 겨우 15분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곳이라 퇴근길에 종종 들리곤 한다.



   대형마트의 경우 가격이 어떤 지역에 있는 마트든 같은 브랜드의 마트라면 가격이 동일하기에 어디서 사는 게 더 싼 지 비교하는 수고를 줄여준다. 식료품의 신선도 또한 보장되어 있고 과일도 일정 기준에 따라 달고 맛있는 것을 골라 진열하기에 맛이 있을지 없을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퇴근 후 마트에 방문하면 마감 할인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상품들을 만날 수 있고, 매번 바로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소포장된 식료품만 장바구니에 담는다. 식료품 코너를 몇 바퀴 돌아본 후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물건을 집어 셀프계산대로 간다. 계산을 마친 후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조금만 찾아보면 내 마음을 가볍게 하는 기쁨이 곳곳에 존재한다. 가끔 너무 소소해서 곧잘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도서관 안에만 있지 않다. 지금의 이 작고 사소한 기쁨을 떠날 때까지 잘 간직하다 작별을 고하는 순간, 마음을 정리하며 같이 보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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