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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보람 Jan 01. 2023

환영합니다! 마포구입니다

Welcome to Mapo

환영합니다 마포구입니다



  나는 아직도 어디 사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한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는 보통 행정구역인 ‘동’을 말하거나,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대답했다. 우리 집 주변에는 모두가 아는 큰 학교가 있었다. 그 학교 근처에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쉽게 이해했다. 그래서 더욱 이런 게 고민거리가 될 줄 몰랐다.  

    


  서울에서 처음 살게 된 곳에 대해 직장 동료들에게 말했을 때, 대뜸 날아온 건 거기가 어디냐는 말이었다. 어려운 질문이 아닌데 답변엔 설명이 필요했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타면 종점인, 서울 도심보다 인천과 김포가 더 가까운 동네라고. 서울에서는 어디 사냐는 질문에 행정구역인 동을 말하는 사람보다는 주변 지하철역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유명한 지하철역이 아니면 또 말을 덧붙여야 했다. 여러모로 불편한 건 매한가지였다. 근처엔 아파트만 빽빽하고 유명한 지형지물도 없는 서쪽 끝에서 시작된 서울살이는 여러 번의 이사를 거쳐 지금 이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지역사랑상품권을 쓰기 전까지는 어떤 행정구역에 사는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입신고를 할 때, 택배를 받기 위해 주소를 써넣을 때, 주민센터가 아닌 구청에 가서 서류를 발급해야 할 때 말고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 평소엔 어떤 계산이든 카드 하나만으로 해결했고 이 가게가 어떤 구에 있는지,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서대문사랑상품권으로 결제가 되지 않을 때에야 여기가 어딘지 생각하게 됐다. 어느 날 장바구니를 잊고 들른 신촌에 있는 큰 마트에서는 장바구니를 대신해 쓸 수 있는 쓰레기봉투로 마포구 종량제 봉투만 판매하고 있었다. 신촌이라 서대문구인 줄 알았는데 잠시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신촌의 큰 도로는 마포구 마을버스와 서대문구 마을버스가 모두 오간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넜을 뿐인데 주소가 바뀌고, 쓰레기봉투가 다르고, 쓸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이 달라진다.     



  우리가 의식할 수 없지만, 근처에는 여러 지역이 맞닿아 있다. 지금 사는 곳에서 5분을 걸으면 서대문구, 마포구, 중구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육교가 있다. 사진을 촬영하는 내가 서 있는 곳은 서대문구, 사진의 좌측은 중구, 우측은 마포구다. 이 경계를 알    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육교를 건너 아현동으로 가려다 실수로 반대로 향했더니 중구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이 나타났다. 지도 앱을 켜고 확인해보니 그 방향은 중구가 맞았다. 마포구와 서대문구, 대흥동과 염리동, 그리고 서울(마포구)과 경기도(고양시) 외에도 많은 곳이 횡단보도나 작은 다리, 육교 등으로 이어져 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곳에는 경계를 알리는 표지판이 없다. 굳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마포는 대체로 교통이 편리한 곳이 많아 약속 장소로도 좋다. 어린 시절 말로만 들었던 홍대는 유행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번화가라고 들었다. 그래서 더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본 홍대는 소비 위주의 거리였고, 주말의 홍대입구역 9번 출구는 들어가는 것도, 나가는 것도 힘들 정도의 인파가 가득했다. 한 번은 주말 저녁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지인과 식사하는데, 야외 거리공연이 너무 시끄러워서 실내에서 식사하면서도 전혀 대화할 수 없었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지금은 그때와 다르겠지만, 그 기억 때문에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홍대는 가지 않는다. 개인적인 약속은 집에서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합정역이나, 망원동 쪽으로 잡는 편이다. 특히 망원동에는 한 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맛의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어서 망원동에 갈 땐 꼭 그 카페에 들린다. 항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같이 갔던 사람들은 모두 좋아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메뉴의 개성 있는 식당과 디저트 가게가 많아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망원동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재래시장이지만 깔끔하고 늘 사람이 가득한 망원시장도 모두에게 사랑받는 관광 코스다.     



  도시의 지역적 경계는 관심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지만 어떤 경계 안에 살고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사는 곳과 생활권이 겹치면 더 편리하고 좋긴 하겠지. 하지만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설명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 보다 지금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누구와 재미있는 일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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