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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보람 Jan 29. 2023

좋아하는 마음도 힘이 필요해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JTBC에서 매주 월요일 22시 30분에 방영하는 <최강야구>다. 유튜브에 클립이 올라오면 하루종일 돌려보고, 부모님 집에 가면 하루종일 넷플릭스로 봤던 걸 또 본다.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었을 때 뭘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최강야구>를 보면서 야구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 쌓다가 한국 프로야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오래된 팬인 동생과 함께 잠실 야구장에서 작년 삼성의 마지막 원정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최강야구 이전에 좋아했던 건 카카오의 캐릭터 춘식이다. 곰인지 고양인지 지금도 헷갈리는 춘식이는 여전히 귀엽다. 같은 카카오 캐릭터인 라이언과 함께 아이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춘식이는 시시각각 표정이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나는 한 때 춘식이를 그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잘 그리진 못해도 매일 업로드했지만 두 달 만에 그만두었다. 춘식이는 좋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어려웠고, 어렵다고 생각하니 지속하기 쉽지 않았다. 내 그림을 봐주던 사람들에게서 왜 춘식이 그림을 올리지 않냐는 DM도 여러 통 받았지만 모두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 인스타그램은 내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춘식이는 좋아하지만 굿즈는 늘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림의 떡이었다. 춘식이 굿즈를 가진 게 없어서 그런지 춘식이에게 별 미련은 없다.



   4년 전 셰어하우스에 살던 때, 하우스메이트 중엔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의 팬이 있었다. 그녀는 거실의 큰 책장에 뉴이스트의 CD를 가득 채워놓고 보는 것 만으로 즐거워했다. 그 많은 CD는 모두 용도가 나눠져 있었다. 청취용, 관상용, 소장용 등등 레코드 샵도 아닌데 수십 장의 같은 CD가 줄지어있는 걸 보는 건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몇 년 뒤, 회사에서 복지포인트 관련 업무를 맡으며 한 아이돌 가수의 앨범을 90장이나 산 직원의 거래명세서를 받고 다시 하우스메이트였던 그녀가 생각났다. 아직도 뉴이스트의 CD를 모으고 있는지 모르지만 가지고 있는 CD의 개수만큼이나 좋아하는 힘이 큰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마음을 지속하는 데도 힘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동기부여가 될 어떤 매력포인트가 있고 그 포인트가 정확히 나의 취향을 저격해야 계속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유명인을 좋아하든, 어떤 취미에 집중하든 그 힘을 쏟는 과정이 즐거워야 은은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를 오래 좋아하는 것, 여러 가지를 즐길 만큼 즐기고 새로운 것을 쫓는 것, 모두 좋아하는 마음의 총량은 같을까? 연예인 팬의 경우 그 연예인이 어떤 선택을 해도, 어떤 구설수에 올라도 묵묵히 그를 바라보고 곁을 지키는 팬들이 있다. 어떤 것이 그들에게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나의 어떤 모습도 좋아해 주는,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부러운 일이다. 한 가지를 오래 좋아하든, 여러 가지에 마음을 나눠주든 정답은 없다.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하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 그 마음이 힘든 오늘에 좌절하지 않고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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