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6 ~ 7일 차: 근로자 세포 로그아웃, 백수 모드 ON
2025년 6월 18일 (수) 백수 6일 차: 접속 불가. 백수 인증 완료.
오늘, 내가 더는 그 그룹의 일원이 아니라는 걸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사직 신청하면서 안내받았던 대로 어제 은퇴 연금 관련 이메일을 받고, 오늘 추가로 궁금한 걸 묻기 위해 학교 이메일 계정에 접속 하려는데...어라? 접속이 안된다. 혹시 사용자 이름이 틀렸나? 비밀번호가 틀렸나? 몇 번씩 확인하고 다시 시도했지만, 역시 안 된다. 어제 살짝 불안감이 스쳤지만, 그간은 백수 생활을 꽤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젠 정말 빼박 백수다. 얼떨떨하다.
'백수란 경제활동을 하는 소속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다른 정의가 머릿속을 스친다. 그래도 연금 담당자에게 개인 이메일 주소도 함께 알려두길 정말 잘했다며 위안한다. 이런 날이 올걸 준비해둔 나 자신, 칭찬해!
그런데 HR팀, 이메일 언제 끊기는지 말이라도 좀 해주지...갑자기 이건 너무하잖아요 ㅠㅠ
2025년 6월 19일 (목) 백수 7일 차: 백수 체감
어젯 밤까지만 해도 오늘 아침 8시에 광견병 예방접종(3차)이 있다는 걸 확인했었다. 새벽 4시쯤, 묘딸 데이지가 내 가슴 위에 앉는 바람에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잠들었고, 6시 조금 넘어 또 눈이 떠졌다. 근로자였을 때 같으면 그 시간에 부지런히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하루를 시작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백수잖나. '좀만 더 자자~'하고 눈을 감았고, 남편이 7시쯤 일어났을 땐 "좀 더 자~"라는 그의 다정한 말에 "응, 좀만 더..."라고 중얼거리다가 말끝도 다 못 맺고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메일 알람에 눈을 떴다.
헉! 오늘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에 체크인 했냐는 확인 메일이었다. 7시 반?! 치카치카, 붐붐붐, 세수를 하면서 속으로 계산한다. '병원까지는 대략 30분. 괜찮아, 괜찮아.' 허둥지둥 지갑을 찾는 내게 남편이 말한다.
"완전 백수 모드 된 거야?"
"하하하...그러게, 갔다 와서 쉐이크 만들어줄게!"
하고 급히 나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근로자 세포가 몸과 마음에 남아 있다'고 했던 사람 어디 갔나.
백수 7일, 일주일 만에 백수 모드 풀 셋업 완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