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가 무서운 고양이들과 간식 작전
“시스코, 데이지~ 이리 와, 간식 먹자, 간식!”
데이지: "오잉? 간식?"
시스코: "우잉? 간식?"
‘간식’이란 단어를 알아들은 건지, 냄새를 맡은 건지,
시스코와 데이지는 번개처럼 달려왔다.
하지만 연어맛 스낵이 담긴 캐리어 안으로 들어가길 주저했다.
데이지: "너무 먹고 싶은데…"
시스코: "그렇지? 나도…"
나는 캐리어 주변을 맴도는 시스코와,
핑크 코를 킁킁거리며 망설이는 데이지를 바라보았다.
손에 안아 각자의 캐리어에 넣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고양이들이 캐리어를 편안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미션’을 수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내가 디스코 (데이지 Daisy + 시스코 Cisco)를 처음 만난 건 작년 9월이었다.
아이 없이 지내던 우리 부부는
때가 되면 고양이나 토끼를 기르자고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고양이 키워주실 분?”
글을 올린 이웃은 원래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친구분이 갑작스레 호스피스 병원에 가게 되면서
네 마리를 추가로 돌보게 되었단다.
총 여섯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게 된 그녀는,
그중 두 마리, 또는 네 마리를 함께 입양해 줄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가장 어린 고양이가 일곱 살,
가장 나이 많은 고양이가 열 세 살였다.
고양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던 나는
이왕이면 아기 고양이를 입양해 성장 과정을 모두 보고 싶다는 로망을 갖고 있었다.
반면 남편은 어린 고양이는 성향이 불안정하니,
사람을 잘 따르고 온순한 성묘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의견이 달랐지만, 일단 이웃집 고양이들을 만나보기로 하고 이웃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 우리는 약속 시간에 고양이들을 만나러 이웃의 집을 방문했다.
문을 열자 검은 고양이가 우리를 마중 나왔다.
사람을 잘 따르는 사회성이 좋은 고양이,
시스코 (당시 9세)의 첫인상이었다.
사실 사진으로 봤을 때 내가 눈여겨본 고양이는 따로 있었다.
잘생긴 회색 고양이 BG (7세)와, 긴 털이 우아한 윌리(13세).
하지만 우리가 이웃집을 방문했을 때
BG는 천으로 가려진 의자 아래에 내내 숨어 있었고,
윌리는 거실을 천천히 돌며 우리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한 마리가 안 보이네요?”라고 내가 묻자,
이웃이 소파 뒤를 살폈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흰 고양이, 데이지(당시 8세)였다.
그날 우리는 데이지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그 길로 동물 보호소에도 들러 보았다.
성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기 고양이들이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아, 고양이는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선택당하는 거라고 했던가?’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난 자꾸 시스코 생각이 나.”
“아, 그래? 나도 보호소에서 특별히 마음에 남는 고양이는 없었어. 시스코 다시 만나볼까?”
다음 날 우리는 다시 이웃집을 찾았다.
이 날도 시스코는 우리를 반겼고, 남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
같이 살 운명인가 보다 싶었다.
시스코를 데려오려면 그와 애착 관계가 깊은 데이지도 함께 데려와야 했다.
데이지, 그녀를 만나보려는 우리의 노력을 가상하게 여겼는지,
이번에는 그녀가 자태를 드러내 주었다.
하얗고 부드러운 털, 앙증맞은 핑크 코, 그리고 토끼 꼬리 같은 밥테일.
양옆으로 올라간 눈매가 매력적인 아가씨였다.
이웃이 “데이지가 전 집사랑 애정이 가장 깊었다고 해요.”라고 말해주었는데,
그 말이 신기하게도 우리를 안심시켜 주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시스코와 데이지, ‘디스코’를 우리의 새 식구로 맞이했다.
아니, 디스코가 우리를 가족으로 선택해 주었다.
시스코는 알고 보니 먹깨비였다.
그의 동그랗고 신비스러운 눈이 내 눈과 마주칠 땐
어김없이 “밥 줘”라는 신호를 보냈다.
장난감은 절대 일어서서 잡지 않았다.
바닥에 누운 채 앞발만 까딱까딱~.
먹기 좋아하고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모습이
어쩐지 우리 부부를 닮은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먹보에 게으른 그 모습조차
우리 부부에게 너무 사랑스러웠다.
데이지는? 반전 캐릭터였다.
처음엔 소파 밑에 숨었다가,
우리가 자리를 비우면 나와서 집구석구석을 탐색했다.
짧은 꼬리 때문인지 토끼처럼 통통 튀며 점프를 했다.
게다가 허당끼까지 있어서 그녀는 우리 부부를 자주 웃게 만들었다.
며칠 뒤에는 내 다리 이불 위에서 ‘꾹꾹이’를 시전 했는데,
순간 고양이의 세계로 입문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이
오래도록 지속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다음 해 봄,
남편 - 디스코의 아빠가 싱가포르에 새 직장을 얻게 되면서
우리 가족 앞에 도전과 모험이 펼쳐지게 됐다.
남편이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디스코의 비행 준비 훈련을 담당하기로 했다.
조사해 보니 고양이들이 캐리어를
‘안전한 공간’, '편안한 공간'으로 인식해야
비행 중에 불안을 덜어줄 수 있다고 한다.
그때부터 디스코의 간식을 캐리어 안에 넣어주기 시작했다.
데이지: "오빠, 나 저 상자 너무 무서워.
요즘 엄마는 왜 자꾸 간식을 저 안에 넣는 걸까?"
시스코: "그러게, 우리 저거 타고 여기 왔잖아.
혹시 또 어딘가로 가려는 거 아냐?"
데이지: "맞아, 그때 아빠가 무섭게 우리 안아서 저 안에 넣었잖아."
시스코: "나 그때 너무 울어서 지금도 목쉬었어.
근데.. 간식 냄새 너무 좋다."
에라 모르겠다! 데이지, 우리 간식만 빼먹고 올까?
데이지: "그래, 그러자!"
시스코: "OK! 출발!"
시스코와 데이지의 캐리어 훈련 3일째.
이론상으로는 고양이들이 서서히 캐리어를
편안한 공간으로 느끼기 시작해야 할 시점인데,
시스코도 데이지도 간식만 냉큼 빼먹고는 금세 캐리어에서 멀찍이 물러났다.
이맘때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다.
"이 캐리어 훈련, 과연 잘 끝낼 수 있을까?"
'디스코 싱여행기' 2화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