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어떻게?
고양이 둘을 데리고
남편과는 따로 싱가포르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담담히 받아들였다.
예전에 남편의 예비 동료 가족이 아이들 학교 문제로
부부가 한 달 간격을 두고 입국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 도착 후 디스코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우리가 살 집을 먼저 구해두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오갔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조금은 해두었기에,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한결 수월했던 것이다.
남편은 첫 출근일 며칠 전인 8월 26일에,
나는 고양이들이 입국할 수 있는 첫날인 9월 2일에 출국하기로 했다.
일주일의 간격.
부부는 일심동체,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마음을 더욱 단단히 모아야 했다.
‘산 넘어 산’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번엔 ‘1인 1펫’이라는 항공 규정이 문제였다.
시스코와 데이지를 ‘디스코’라고 합쳐서 부른다고 해서 진짜 한 마리로 합칠 수도 없고…
남편과 나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누군가를 떠올리며 외쳤다.
남편: “Mom!”
나: “Mom!” (나도 시어머니를 Mom이라고 부른다.)
시어머니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은,
시어머니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생신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양이 관련된 것을 드리면
늘 “I love it! (너무 좋다 얘~)” 하며 기뻐하셨다.
한 번은 고양이 털로 만들기 하는 책을 선물로 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시며 고양이 털을 모으기 시작하셨다.
그런 분이니, 디스코의 여행에 함께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사람은 없었다.
문제는, 시어머니가 당시 은퇴 전이셨고,
주 3~4회씩 손주들을 돌보고 계셨다는 것.
“내가 아이들 맡는 날이 있으니까, 일정을 조정해 봐야겠네.”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님 목소리는 이미 싱가포르 여행을 결정하신 듯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님은 은퇴를 공식 선언하셨다.
비행기표를 예매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시어머니가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돌아오시는 길의 동행자였다.
나와 남편은 어머님께서 당연히 아버님과 함께 가겠다고 하실 줄 알았으나,
어머님이 지목하신 분은 따로 있었다.
어머니의 동생인 이모님.
이모님은 고양이 구호단체에서 봉사를 하고 계시는 찐 캣러버!
생각해 보니 어머님의 동행자로서 뿐만 아니라,
고양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도 최적격자셨던 것이다.
아버님께서 조금 서운하셨을지도 모르지만, 시
부모님 부부동반 아시아 여행은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하여 나, 시어머니, 이모님 + 디스코, 3인 2 묘의 싱가포르 팀이 구성됐다!
우리의 단톡방 명: “Cat Lovers 캣러버스!”
이제는 세부 일정을 계획할 차례였다.
우리의 예약 항공 첫 탑승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였는데,
우리 집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미니애폴리스까지 자동차로 4-5시간 이동 후,
장시간의 비행을 고양이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미네소타 애프턴에 살고 계신 시조부모님께 SOS를 보냈다.
응답은? YES!
우리가 싱가포르로 가기 전,
시조부모님과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더욱 좋았다.
시조부모님 댁으로 이동하기 전 주에는
막내 시동생 커플이 여행 중에 들러,
우리가 가져가지 못하는 살림살이들을 수거해 가 주었다.
이쯤 되니, 시댁 식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 이주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싱가포르로 향하는 여정의 출발점을 따뜻하게 해 준 가족들의 손길 덕분에
마음이 한층 든든해졌다.
그리고 그 마음을 디스코도 알고 있는 듯했다.
디스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 고모, 삼촌, 이모! 모두모두 사랑해요!"
디스코 싱여행기 4화가 곧 연재됩니다.
시스코와 데이지의 여행,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