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들이 깨어나는 시간?
‘혹시 오늘도 새벽 3시?’
자다가 소변이 마려운 느낌에 깼지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혹시 오늘도 새벽 3시일까 봐.
얼마 전 인터넷에서 ‘집에 귀신이 살고 있다는 증거’라는 글을 읽었다.
그중 “매일 새벽 3시에 깨어난다.”는 문장에 관심이 갔다.
"새벽 3시 ~ 5시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경계가 가장 옅어지는 시간이며,
그때 영혼들이 이승으로 건너와 사람들을 깨우거나 꿈속에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벽 3시 15분~30분에 깨어난다."는
유명 영매사의 말을 인용한 대목이 그럴듯했다.
어젯밤 자다 깨서 시계를 봤을 때가
정확히 새벽 3시 30분이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글에는 "집에 귀신이 있다면, 고양이가 방 한 구석을 응시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마침 머리맡에서 자고 있던 고양이 딸 데이지가 몸을 틀었다.
‘아, 데이지는 못 본 거지?
그럼 그냥 우연일 거야.’
이불 안으로 다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행히 평소처럼 고양이 알람에 맞춰 6시에 일어나,
냥이들 밥을 주며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하필 오늘 또, 자다가 소변이 마려운 거다.
‘귀신’이라는, 확인도 불가능한 존재 때문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데,
무언가 바닥을 스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저건 또 뭐야…
아, 귀는 미처 못 막았구나.
아, 무섭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몸에 점점 한기가 들었다.
어둠 속에서 침대 주변을 더듬어 데이지의 부드러운 털을 만졌다.
‘아, 데이지 자고 있네.’
안도감이 스치려는 찰나,
그 정체불명의 소리가 다시 생각났다.
‘도대체 그 소리는 뭐였지?’
문과 바닥 사이 틈을 막아놓은 막이 바닥을 쓰는 소리 같기도 했다.
‘남편이 일어났던 건가?’
생각이 구체화될수록 뇌는 점점 더 깨어났고,
뇌가 깨어나니, 방광도 더욱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금이 새벽 3시 15분 ~ 30분이 아닐 수도 있잖아.
그냥 몇 시인지 확인만 해볼까?’
싶다가도
‘정말 그 시간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누워 있었다.
‘이 나이 먹고 귀신 걱정 때문에 자다 화장실에도 못 가다니…
몇 시인지 확인도 못하다니….’란 말을 속절없이 되뇌었다.
멜라토닌은 강하다,
그렇게 자학을 하다가 잠이 든 모양이다.
아침에 고양이 아들 시스코의 기척에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든 생각은,
‘어젯밤 소리, 시스코가 방문 긁던 소리였을까?'였다.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소리가 영 꺼림칙했다.
전에 살던 집에서도 새벽에 깬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땐 고양이 입양 전이라 남편과 같은 방에서 잘 때였다.
옆에 누군가 있다는 안도감 덕이었는지,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오곤 했다.
하지만, 고양이들을 입양한 후에 달라졌다.
고양이들 수면 교육을 두고 남편과 의견이 갈렸다.
남편은 수면의 질을 위해 고양이와 따로 자자고 했고,
나는 고양이들과 함께 자길 바랐다.
결국 내 작업실에 매트를 깔고,
남편과 번갈아 자는 것으로 타협했다.
이번에 싱가포르로 이사 오며 방을 하나 더 늘릴 수 있었다.
남편은 ‘강녕전(왕의 침실)’, 나는 ‘교태전(왕비의 침실)’을 갖게 된 것이다.
각자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어 좋았는데,
오늘 새벽에 처음으로 남편의 빈자리가 아쉬웠다.
아침 식사 중,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귀신 관련 글을 읽은 뒤,
어제 새벽 3시 반에 깼고, 오늘도 새벽에 깼다고 하자,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술 마시면 다들 새벽에 한 번씩 깨.
두 시일 수도 있고, 세 시일 수도 있고…
그런 얘기는 그냥 gullible(귀 얇은)한 사람들 놀리려고 만든 거야.”
‘아, 왜 이렇게 얄밉지?’
나는 남편에게 농담조로 말했다.
“니 똥 굵다!”
남편은
“내 똥은 gullible(귀 얇은) 아니지~” 라며 응수했다.
그렇게 아침 식사는 웃으며 마무리 됐지만,
여전히 오늘 밤 잠드는 게 두렵다.
마침 내일이 핼러윈이다.
우리 집에 정말 영혼이 있다면,
핼러윈 파티 즐겁게 즐기시고 무사히 돌아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