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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Jul 02. 2024

두루미

자연과 예술의 경계

봉곡사 돌탑


두루미, 야후리 근처 개천

  "저것 봐 저거 조형물이 진자 같지 않아?"

  "정말 진짜 같은데.... 와 대체 누가 저런 진짜 같은 조형물을 만들었을까?"

   

  산책로를 걷는데 그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 다가서서 조형물을 보았는데 조형물이 움직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두루미가 고개를 들었는데 이게 움직이는 조형물인가 싶었다. 나는 다가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꼼짝도 하지 않았으니까 고개를 움직이는 조형물은 금세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날아가는 것은 조형물이 아닌 진짜 두루미였다. 사실 같지만 사실로 인식할 수 없었던 것은 두루미가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었고, 사람들이 다가서도 미동하지 않았기에 그런 착각을 했던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고 먹잇감을 제대로 섭취했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에 저런 천연기념물의 자태를 뽐낼 수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신비롭고 신의 영역으로 느껴진다. 풀 한 포기와 꽃, 거기에 날아드는 벌 한마리 와 날파리도 자연의 순리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모기 한 마리를 만들기 어렵고,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두루미 한 마리의 내장과 눈하나를 감히 따라 만들 수 있을까. 생명을 만들어내는 것은 종족 번식과 먹이사슬, 일체의 생태학적인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봐야 하지만 어디 감히 천만년 넘게 이어온 종족의 유구한 역사 속에 예술이 범접할 수 있을까.

  

  이미 창조된 돌하나로 활용을 할 수는 있지만 원료인 돌 자체를 인간은 만들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인간은 모든 자연에 겸손과 자연이 건네준 선물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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