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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Jan 23. 2021

겨울 사랑

문정희/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겨울 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 감상

문정희(1947~).  시인은 1969년  등단 동국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하늘에서 서성거리는 하얗게 내리는 눈은 순수한 영혼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소년과 소녀(virgin)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첫 감정이나 첫 사랑의 마음을 어떻게 할 줄 모르는 그런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너에게 가라는 과감성을 보인다. 사실 사랑의 감정은 겁부터 날지도 모른다. 사랑의 대상에 대한 화자의 평가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잘살고 못살고를 떠나 애정의 감정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가졌고, 싸움을 잘한다고 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이 '마음의 문'과 '감정'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테니까.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문정희는 문학의 이단아이지만 어쩌면 인간의 욕망이나 탐욕을 빙빙돌리지 않는다.  사랑의 감정은 시어처럼 머뭇거리고, 서성거리고, 숨기게 되고 자신의 감정을 가슴에 쌓아둔다. 그러므로 그런 애정의 감정을 가진 자신의 마음을 쌓아둔다.  고백하거나 표현하면 상처를 받는다.

   '사랑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의 전쟁에서 패배한 사람이다.' 이 말은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은 상처를 받는다는 뜻이다. 설레이거나 사랑을 감정이 생겨날 때 기쁨 못지 않게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상처를 받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냥 네 하얀 생에 속에 뛰어들어'는 정말 당돌하고 과감하고 행동에 옮겨진 사랑이다. 그리고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기가 막히는 표현이다.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는 문장만 떼놓고 본다면 흔히 할 수 있는 일반적인 말이다. 하지만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사실 이 문장이 절묘한 사랑의 과단성을 의미하고,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는 뛰어든 사랑의 성취이며, 육체적 탐욕이면서 동시에 정신적 성취일 수 있다. 그리고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는 'love is forever'라는 말로 결말을 맺었다. 어쩌면 '사랑이 영원하다'는 상투적인 말이도 백설이 되고 싶다는 표현 또한 그렇다.  만일 마지막 문장을 쓰지 않았다면, 어떨까. 오히려 따스한 겨울로 그 겨울이 따뜻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천녁 백설은 묘하게 따뜻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는 시어에는 '천녁 백설이 될 수 없다'는 역설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겨울 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이 시를 다시 보면 '눈송이'는 시어의 매개로 사실 연약한 존재이며, 겨울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랑을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않고 숨기지 않고 사랑을 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오래 갈 수 있는 사랑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하얀 생애 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는 순간'은 그 겨울에 사랑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겨울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고 시적화자는 가능성이 없는 희망은 건다.

우리의 사랑이 언제 영원할 때가 있던가. 하지만  '겨울사랑'처럼 영원하지 않는다 해도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겨울사랑 - 문정희 : 네이버 포스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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