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래지어

벗는 것과 벗기는 것의 갈등

by 김순만

서툴러요

벗기는 것은.

손은 눈이 없어서

내 몸이 아닌 몸에

손 닿는 것은

무섭고, 떨리고.

더듬 거리는 손가락은

눈이 없어.

나는 눈물을 건너고 있고,

뭉클한 감촉이 스치고.

벗는 것과 벗기는 것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 무슨 죄도 지을 수도 없고

안 지울 수도 없고.

되는 걸까.

안 되는 거지.

손 닿으면

글썽일 듯 한 눈물을

어찌 감당해.

벗기는 것은

아무래도.

손이 떨려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