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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Feb 17. 2021

논문의 기본여건

『대학원신문』(고려대학교) 제150호(2008.09.03) 글 정병기


http://jungbyungkee.net/articulistics/articlewrite/논문잘쓰는방법1.htm (접속불가)


  본 글의 출처는 교수 정병기의 글인데 지금은 이 싸이트가 없어졌다. 논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 마다 한번씩 다시 읽었는 글이다. 글의 출처는 제시된 『대학원신문』(고려대학교) 제150호(2008.09.03) 글 정병기이다. 


  비논리적 글과 논리적 글은 엄연히 다르다. 창조성이나 창의성을 요구하는 소설, 수필, 시와는 달리 논리적인 글은 철저하게 논리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하며 불필요한 말을 남발하거나 과하게 지식질을 하는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1. 논문의 기본요건     


논문은 하나의 명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유일한 전문적 명제이다. 하나의 명제로서 논문은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 기술된다. 이때 내용은 독창성과 전문성이며, 형식은 객관성, 검증성, 정확성, 평이성이다.     


 전문성과 독창성     

논문의 내용이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며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다. 자신의 분과학문에 속한 내용을 갖춘다면 그것은 전문성을 갖춘 것이다. 그러나 이 전문성은 다시 독창성과 연결될 때 비로소 논문의 내용으로서 가치를 갖는다.


독창성은 자신만의 창의성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논문만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이다. 다만 논쟁이 되고 있는 주제일 경우에는 어느 한 쪽의 주장을 지지하면서 중요한 일부 내용만을 보완하는 것으로 논문이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보완되는 내용은 당연히 독창적이어야 한다. 독창성은 다음 일곱 가지 사항들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시키면 갖출 수 있다.   


첫째새로운 현상에 대한 연구이다. 연구 대상이 지금까지 전혀 연구되지 않은 새로운 사건이나 이론 혹은 사상일 경우이다. 새로운 현상이라는 것만으로 이미 독창성을 갖춘 것이므로 그 자체로 논문으로서 가치가 있다.     

둘째선행 연구에서 잘못 해석된 부분이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연구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그 오류나 결함이 지엽적인 부분이 아니라 핵심적인 부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의 오류나 결함을 발견하여 완성시키는 것은 중요한 학문적 기여이다.         

 

셋째비교가능성이 있는 여러 이론들이나 현상들을 비교하는 연구이다

  비교가능성이란 논리적 비교가능성과 현실적 비교가능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논리적 비교가능성은 유사한 대상들을 비교하는 경우와 대조적인 현상들을 비교하는 경우로 다시 나뉜다. 

  논리적 비교가능성의 첫 번째 경우는 핵심을 포함해 많은 부분이 일반성을 갖춘 대상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그 일반성(공통점)과 특수성(차이점)이 무엇이고, 많은 부분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왜 그러한 특수성이 나타나는가를 분석하는 연구이다. 두 번째 경우는 핵심을 포함해 많은 부분이 특수한 대상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역시 그 일반성(공통점)과 특수성(차이점)이 무엇인지를 고찰한 다음, 핵심을 포함해 많은 부분이 대조적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러한 일반성이 존재하는지를 분석하는 연구이다. 이 두 경우를 각각 최대유사체계 비교와 최대상이체계 비교라고도 한다. 

현실적 비교가능성은 논리적으로 비교가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필요에 의해 현실적 비교연구가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상호 일반적 성격이 많지도 않고 대조적 현상도 아니어서 서로 무관한 듯이 보이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ㆍ사회적ㆍ경제적 필요에 의해 연구가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넷째새로운 방법론에 입각한 연구이다

  연구 대상과 결론이 동일하지만 연구방법을 달리 적용하는 경우이다. 역시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먼저, <A라는 대상에 대해서는 a라는 방법론을 적용해야만 α라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 학술적으로 상식화되어 있을 때이다. 이때 b나 c등 다른 방법론을 적용해서 동일한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이 상식을 깨트리면 된다. 다음은, 거꾸로 <A라는 대상에 대해서는 a라는 방법론을 적용하면 절대로 α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이 학술적 상식으로 되어 있을 때이다. 이때 a를 적용해서 동일한 결론을 도출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A를 a로 연구하면 α가 도출된다>라고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A를 a가 아니라 b로 연구해도 α가 도출된다>라거나 <A를 a로 연구해도 α가 도출된다>라고 기술해야 새로운 방법론 사용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는 연구이다

  최종 결론이 아니라 그 이전의 해석에 관한 문제이다. 유적이나 고전들에 대한 연구에서 최종적 결론은 학술적ㆍ역사적 가치나 평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최종 결론인 가치나 평가는 동일하더라도 이 결론에 도달하기 전의 중요한 부분에서 주해를 달리하는 것도 중요한 학술적 연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섯째새로 발견된 자료를 제시하고 해석하는 연구이다희귀한 자료를 발굴했다는 것만으로는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그것을 연구하여 기존의 연구 성과를 수정하거나 보완할 만한 중요한 해석을 가함으로써 연구 논문으로 성립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새로운 결론의 도출이다연구 대상과 방법론이 동일하더라고 최종적 결론이 다르면 그것은 기존의 연구 성과를 중요하게 수정하는 것이므로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갖는다.


객관성

논문의 형식상 요건의 첫 번째인 객관성이란 주관을 객관화한 것을 말한다. 그리고 주관을 객관화한다는 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주체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인정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 분석과정에서 편견과 선입감이 개입해서는 안 되며, 엄격한 과학적 적용과 해석을 시도해야 한다. 사실과 논거에 바탕을 두고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증성

논문은 증명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반증명도 가능해야 한다. 논문 쓰기는 문제제기에 대해 가설적 주장을 검증하는 것이지만, 주장은 언제나 ‘명제’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명제’란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진술이다. 따라서 논문의 내용을 이루는 문제제기와 주장은 진위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검증성을 갖추어야 한다. 검증성은 자료 출처, 연구방법과 시각, 결론 도달 과정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갖출 수 있다.


정확성

정확한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 자료의 출처와 인용, 어휘의 개념과 지시성, 문장과 표현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료와 개념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논리적 사고 및 우리글의 사용 능력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위에서 강조했지만 자료 출처를 명확히 표기해야 하며, 더 나아가 통계 활용과 같은 자료 인용도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된 통계 수치나 인용 문구를 잘못 옮겨 적지는 않았는지 항상 확인해야 한다. 


평이성

정확성은 평이성과도 연결된다. 평이하고 간결한 문장을 구사해야 한다. 어렵다고 차원이 높거나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다. 긴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기억을 유지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주며, 어려운 문장은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다. 물론 단어나 어휘 사용에서 전문성을 해칠 정도로 평이하게 쓰라는 것은 아니다. 논문은 대중지에 쓰는 글이 아니므로 전문 영역에서 볼 때 이해가능한 수준의 평이성을 갖추면 된다.




관련도서 참고

김삼묘, 김석수, 이애열, 조주은 (2008). <논문제대로쓰기>. 자유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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