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순만 Mar 18. 2016

설거지

아름다움을 채우기 위해 마음을 비운다.

  한 끼의 식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는 일이다. 사람들은 흔히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보다 한 끼의 떼우고 만다는 표현을 쓴다. 까닭에 혼자 먹는 밥과 가족과 도란도란 앉아 먹는 밥맛은 다르다.

 일에 쫓기거나 식사 때는 놓치다 보면 혼자 먹는 밥은 먹어도 맛이 나지 않는다.  법먹는 것도 일하는 것도 노는 것도 늘 누구와 함께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사물이든 사람이든, 그 무엇이든 의지하면서 산다.

  부모, 친구,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책 등을 의지한다. 나 대신에 누군가가 밥을 해주고 빨래를 해주는 것 처럼 그 어떤 것에든 의지를 해야 따스함을 얻는다고 믿는다.  분명 밥 한 끼와 맛있는 국과 반찬, 그리고 설거지 까지 스스로 하려는 의지이거나 배려여야 할지도 모른다.

  의지적인 한 사람이 독립된 개체로 살아갈 것을 배웠으면서도 우리는 나를 위해 늘 희생하고 노력한 사람에게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가불을 끌 때를 놓치면 음식도 냄비를 태우기도 한다. 수세미로 박박 밀어도 그을린 부분을 문질러도 지워지지않는다. 우리의 상처도 한 번 그을리고 나면 좀처럼 지워지지 않것 처럼.

   아끼던 것이어서 새로 사는 것 보다 문질러져 상처가 나도 우리는 좀처럼 버릴 수 없는 것은 그 무슨 애착이나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무엇인가를 우리는 채우고 또 비워내야 한다. 만남은 설레지만 이별은 가슴 아픈 통증을 수반한다. 마음이 비워지지 않는 것이다. 식기를 닦다보면 그 뜨거운 열기에 단단해진 그릇이기에 그토록 오랫동안 요긴하게 쓰여 져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거지는 잘 사용한 그릇을 씻어내는 아주 사소한 일이면서도 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단련이 되어 무엇인가를 채우고 또 비우는 것이다.

  설거지는 늘 어머니와 아내의 몫이었다. 아버지나 남편이 설거지 하는 모습은 부자연스럽기도 하지만 앞치마를 매고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어색함은 늘 부자연스럽지만 새로움을 만들고 그 사람은 뭐든 아름답게 꾸미는 미 속성지닌다. 그건 거의 본능에 가깝다.

  비오고 난 후에 맑게 갠 하늘을 보면 마음이 즐겁듯이 깨끗하게 씻긴 그릇을 보면 상쾌하다. 그런 상쾌한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비움과 채움에 깊은 의미들도 생각하게 된다.

 

 진공묘유(眞空妙有)라는 말은 생겨나지도 멸하지도 않는 절대의 진리를 말한다. 비움(空)에도 채움(有)에도 치우지지 않는 것이다. 어느 때는 번거로울 때도 있지만 설거지를 끝내면 기분이 말끔해진다. 비움은 채움을 늘 준비한다. 설거지는 보이는 기쁨 뿐만 아니라 깨끗한 마음까지 갖게 한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설거지도 세상을 살아갈 기쁨의 단서인 것이다.       



            

수천도의 뜨거움을

견뎌낸 단단함이기에

변함없는 윤이 나지     

너에게

나를 담고

너에게

나를 비우는 사이

소중히

쌓이는 정(情),     

채워진 영양분이

피와 살이 되고

맨 살을

닿는 뜨거운 눈물이 된다 .  



작가의 이전글 연금술사alchemis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