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시읽기
<너를 위하여> 김남조 시읽기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사랑의 말 중에서>(5) /김남조
나는 어릴적 말을 많이 더듬었다. 내가 나를 말하는 것은 어려웠던 것은
내 말이 허공에 맴돌거나 누군가에게 묵살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 주장에 따르면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도 말을 더듬거렸다고.
시인 김남조(1927~)는 카톨릭 시인이다. 완고함 내지 치밀하고 섬세함,
그리고 그 분만의 고집이 있다.
98.5.10. 그 분과 유씨얼바인 교수님과 모시고 빅베어에 갔을 때 사진한장을 찍은
기억이 있다.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祝願)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너를 위하여> /김남조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올만큼 시는 기품있고, 어렵고, 솔직히 와닿는데는
숙성된 시간이 필요하다. 시를 읽는 나에게 종교를 심어놓으면 먹지않는 어떤 것을 떠놓고
먹는 것처럼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도 그녀의 작품의 전반에 흐르는 삶과,
시의 끈을 놓치않고 옷을 뜨게질 하듯 기록한 그의 시에 하지 않는 어색한 기도를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