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싱숭생숭하게 한다.
다 치워버려야지 하면서도
치우지 않고, 치우지 못한 위험한 흰덩어리들,
날릴 때 마다
슬프다 기쁘다 사랑스럽다
서성거리며 엉겨붙을듯 말듯,
설렘이게 한다.
하얗게 날리며 손짓하는
감성에 질척거리게 하는 슬픔이게 한다.
치마처럼 살랑이며 하늘을 걷는 것이
죽은 감성을 자꾸 깨운다.
어쩌자는 것인지.
알약 하나면 죽을 수 있다.
죽어도 죽지 않는다.
눈감아도 감기지 않는다.
아득한 수렁에서 헤롱거린다
움츠려드는 스키마,
헛깨비들이 보이지도 않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