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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Dec 28. 2022

맨 살의 파도

파도의 언어

 

내가 다가갈 때 너는 밀려갔지

네가 밀려갈 때 내가 다가갔지


파도는

맨 발로 걷고 또 맨 발로

너를 향해 달려간 발자국의 흔적을 지운다.


파도는

하얀 물거품으로 해변을 눕는다.

투명한 마음을 하얗게 부딪히면서.

몸부림치는 사랑이 그러하듯이.


바닷가 어느 하늘에는

갈매기 떼들이 서성이며

바람에 몸을 실어 날갯짓하며

그림처럼 바람결에 날아오른다.


새들은

아름다운 것은

하늘을 마음 껏 날을 수 있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파도는

파도를 지우고

하늘을 지우고

바람을 지우고

땅을 지운다.

그리고 또

파도를 그려서 배를 띄우고

하늘을 그리고 별을 그리고

바람을 데려와 구름을 띄우고

땅을 그리고 산기슭 어귀에 항구를 그린다.


파도에

일렁이는 설렘이

눈물이 되고

두근거리는 갈매기는

내 슬픔 아랑곳없이

저희들끼리 어울리며

하늘 날아오른다.


밀려간 썰물만큼

사랑은 밀물처럼 차오르면

저도 모르는 눈물이 난다.


바다는 알고 있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다는

투명한 살결로 천만년 파도친다.


바다는  

파도로 말을 한다.

사랑은 그런 거라고.


Dec. 28,2022 revised since Mar. 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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