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by 김순만

나무도 뼈가 있어

불탈 때는 가끔씩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슬픔의 나이테를 두른 것도 연기처럼 태워 보낸다.


그 세월에 숨겨진

아픔도, 기억도, 사랑도

불꽃같은 기억이라고,

마음 한 켠에 묻힌

까맣게 타버린 숯도

시간의 땅속에 묻어버리라고,


나무도 생명이 있어서

숭고하게 나무가

지상에서 하늘도 불꽃처럼 타오르며

이 땅의 모든 따사로움도

그 불꽃처럼 타오르던

사랑도 태워버리라 한다.





어느 날 모닥불(bonfire)처럼 나의 몸이 불태워질지도 모른다. 멀지 가까울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자신의 시신을 스스로 할 수 없다. 화장(火葬)이 될지, 수목장이 될지. 하지만 불멍은 그 어떤 잡념도 사라지게 한다. 잡념을 사라지게 하고, 생각을 불태우고 하고, 뭐든 잊으라 한다. 일종의 망각의 기쁨일 것이다.

모닥불은 아궁이를 생각하게 한다. 아궁이, 풍로, 부지깽이, 가마솥, 누룽지, 땔 깜, 장작, 뒤뜰 같은. 수십 년 묻혀버린 추억을 지금으로 데려와서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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