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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Aug 05. 2023

겨울추상

Diary of Memory in photos

겨울,  빈의자


차갑게 얼어버린 의자에는

아무도 앉지 않는다.

그 빈 의자에

허공을 서성이던 눈이 앉았다.


icicle

겨울의 긴 침묵, 겨울의 눈가에 눈물은 고드름이다.

마음이 얼면 눈물도 언다.


어둠 속에서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나를

눈 속에 묻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붓의 흔적

어둠이 번지고

몇 개의 불을 내 마음에 지펴보아도

바람 앞이 촛불처럼 불은 꺼졌다.


내 마음의 불꽃은

저 홀로 피고

저 홀로 진다.



흉측할 듯한 이 까만 연탄도

곁으로 오는 사람을 따뜻하게 한다.


뜨겁게 활활 타오르는

열정처럼 

좁고 기다란 구멍으로

숨을 쉬며 연탄은 불꽃을 피울 것이다.

모든 것을 비워야

온전히 세상을 담을 수 있다.

문득 떠나는 날에는

추억조차도 모두 놓아두고 가야 할 것이다.

밤이 되면

그림자도 지워서 모든 것을 어둠에서 묻는다.

눈사람

 속에는

많은 피그말리온이

숨겨져 있어서

신비로움을 더 한다.

조각할 수 있는

있는 너를

조각할 수 없는 나를,

눈 속에는 그 모든 것들이 있겠지

겨울 두껍게 쌓인 눈만큼

생각도 두껍다.


Scene in winter.

 길에도 차들 달린다.

마음이 가면 몸도 간다.

눈길에도 가고

밤에도 가고

마음이 가는 곳이면 그 무엇에도 아랑곳없이

가야 한다.


선명하게 베인 손가락에 피,

살아있다는 증거다.

살이 에는 아픔일 때는

빨간약이 바르면 낫는다.


보이는 아픔보다 보이지 않는

아픔이 더 아프다.

Dendalion

깃털처럼 가볍게

세월을 날려 보낸다

존재의 무게는

죽음처럼 허망하다.


눈 깜짝할 사이

여기 아닌 저기로

날아가 버리겠지

Blood

하얀 종이 위에

빨간색이 번지면

젖는다


Portrait : Who am I? Or Who are you?

어쩔 수 없이

나는 나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도 없이

뜯어고칠 수 없고

수선이 되지 못한 채.


고흐는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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