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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Aug 03. 2023

거북이처럼

어둠 속에서

삶은 늘 죽음에 노출되어 있다. 

죽음의 빈틈으로 햇살이 쏟아진다.


나는 커튼을 내리고 어둠 속에 갇혀

그 누구도 볼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깊은 동굴 속에 숨었다.


먼 들판을 바라볼 수 있던 순간도 그립다

심장을 뛰게 할 만큼의

호기심 어린 시선도 잃은 듯하다.


여름은 잔혹한 고독이었다.

잔인한 햇살에 나는

습지에 사는 거북이처럼

느리게 기어 다니고

누구도 발견되지 않으려고

숨었다.


인기척이 나는 소리에도

겁이 나서

나는 죽음처럼 깨어나지 않는

어둠을 꿈꾸는 지도 모른다.


웃음소리도 우는 소리도

멀리서 들려오는 듯 하지만

나는 잘 나오지 않는 펜,

그러니까 언어가 몇 개 남지 않은

볼펜을 눌러쓴다.


시간의 빈 틈에는

아낌없는 추락이 있겠지.

헤어나지 못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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