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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Mar 08. 2023

블랙 BLACK 06

아름다운 것일수록 빨리 사라진다.

  미쉘이 사하리 선생을 찾았다. 그토록 바라고 소망했던 대학을 수십 년이 되어서야 졸업했다. 누구보다 졸업하기를 원했던 선생님은 기억을 잃어버렸다.


  아이스크림을 사라 간다던 선생님은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자신을 남겨두고 아이스크림을 사고 나서 돌아오는 길조차 잃어버렸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도. 하지만 정작 모른 것이 차츰차츰 자신의 기억 속에 사라지고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필라멘트가 끊어져 버린 전등처럼 사하리선생은 기억을 잃었다. 맹인지팡이를 쥐어주던 선생을 원망했지만 자신을 지켜줄 사람은 없다.  미쉘은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선생을 찾지만 찾을 길이 없다.  

 기억이 지워져 버린 사하리 선생을 미쉘은 찾을 수 없다. 서로가 맞닿을 수 없는 엇갈림 속에 눈이 내렸다.


 모든 슬픔을 지울 듯 하얀 눈이 내렸다.

기억을 잃어버린 노인과

노인을 찾을 수 없는 눈멀고 귀 먼

그리도 말도 할 수 없는 소녀가

선생을 찾는다.

둘은 서로 만날 수 없다.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꺾이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빨리 떠난다.



  믿기지 않는 사실도 믿어야 할 때가 있다.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솟대, Sunman shot.

소중한 사람일수록 새처럼 날아가 버린다.


Small tree birds, sunman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한지 모른다.  그 사람이 멀리 있어도 마음이 함께 하면 같이 있는 것이다.

Diana, 2010.

 

Sokdae

한 사람이 지탱하고 있는 세상이 그리 강하지 않고 그리 강하지 않는 손목으로도 세상을 잘 지탱해 가고 있다.


코스모스 어울림

그러다 보면 봄이 되고 가을이 되어 만남도 꽃으로 핀다.

Rose

꽃이 피면 밤과 낮 구별 없이 향기가 난다. 사람도 저마다 아름다운 꽃이고 향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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