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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Apr 14. 2023

도시에 갇히다

방황에 대한 소묘

길을 잃어버렸고 얼마 동안 헤매어야 하는지 기약도 없다.

갇혀버린 시간들 속에서 얼마동안 감금된 걸까

거기에는 시계도 시간도 없다.   


세상의 유리벽에서 나는 반사되지 않는다.

갇힌 걸까 아니면 가둔 걸까


시간은 굶주린 짐승,

 뚝딱 하루 이틀 그리고

얼마의 시간을 먹어치운 것인지.

짐승 같다.


나의 시간은 종이처럼 찢겨 나갔다.

그런 사이

몇 명이 재가 되고 연기처럼 사라졌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이유도 없이 쓰러지거나 죽는다.

그게 또 이유를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늘의 얼굴 잔뜩 찌푸린 듯했다.

시신을 태운 연기 때문일까.

깊은 도시의 숲,

적막함은 적막함이 아니라 공기의 무거움 때문이다.


짐승 한 마리가 숲을 마구 뛰어간다

쫒는 것일까 쫓기는 것일까

토끼가 도망가고 늑대가 쫓아가고

날쌔게 시간이 사라진다.

뭔가 지나간 것은 분명하다.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


깃발처럼 나부끼는 시간,

나는 골똘히 뭔가를 생각했는데

그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도서관 한 켠에 꽂힌

시집에는 글씨들이 책 속으로 숨어서 울곤 했다.

잠 못 드는 사람들은

울음소리에 한 밤중에 깨어나곤 했다.

그 소리는 슬픈 사람에게만 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

바스락거리는 시간,

낙엽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바람이 날린다.

시간이 날린다.


맑은 영혼이  맑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도시의 숲에 갇히면  빠져나가지 못한다.

길을 잃어버린 지점도 떠오르지 않는다.

연합뉴스, 천안.
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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