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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Jul 12. 2023

김수영의 풀

미친 듯이 무엇이든 몰두할 수 있다면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 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1921.-1968)의 시는 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뭔지 모르는 강인함을 준다. 휘어지면서도 휘어지지 않고 강인하게 다시 일어서는 '풀잎'은 생명의 씨이면서 새싹이다. 이런 맥락에서 월트 휘트만의 시집 <Leaves of Grass, 1855>도 읽어볼 만하다.


 김수영의 <풀>은 반복어가 이어지지만 질리지 않고, 사소함에서 신비스러운 비밀을 지닌 것 같다. 그의 시 <폭포>를 보면 김수영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다.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우리가 겁도 없이 빠져들고 싶은 사랑은 폭포와 같다. 우선 빠져들고 흘려가서 정처 없이 모든 것을 맡겨버리고 싶어 한다. 김수영의 시는 이처럼 다소곳하고 연약하면서도 저버릴 수 없는 강렬함enthisiasm이 있다.

  

  몰아지경은 행동과 마음이 일치하여 그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이다. 공부도 일도 사랑도 이처럼 나를 빠뜨릴 수 있는 몰아에 가면 그 무슨 일도 힘들이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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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동주 한 사발이면 취기에 빠져서 그냥 잠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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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에 버섯이 자라난다. 생명의 씨가 있는 한 그 생명은 생존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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