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화 행군의 밤

by 올빼미

자동차 유리 반사판에

내 모습은 없었다.

나는 이미 개인이 아닌,

집단의 이름 속에 스며 있었다.


철조망 너머, 불 꺼진 아파트 창문.

우리의 거친 숨소리가

그들의 자장가가 되어

밤잠을 재워 주고 있었다.


지쳐서 들리는 것은

숨소리와 발소리뿐.

그러나 머리 위 달은 아름다웠고,

벌레들의 합창은

우리의 행진곡이 되었다.


어둠은 사색의 장,

공상의 뜰.

미래의 불안과

걱정이 어깨에 내려앉았다.


몰래 나눈 전우의 인생 이야기는

밤길 위 작은 등불이 되었다.


그렇게 행군의 끝, 길의 끝자락에서

모든 것은 1점 소실처럼

어제의 기억 저편으로

빨려들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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