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랑하지 않는 우리, 집착남녀

그리고 헤어지지도 못한다

여 : 핸드폰 주세요.

남 : 핸드폰 안돼.

여 : 아아앙~ 핸드폰 주세요~

남 : 핸드폰은 왜. 안돼.

여 : (괴성 지르며) 아아악!! 핸드폰 내놓으라고!!!!

남 : (핸드폰 주며) 너 너무 집착적인 거 아니니...?

여 : 여기 있는 여자 번호 다 지울 거다!

남 : 헐...

     

남자의 핸드폰에 집착하는 여자. 결국 여자 손에 핸드폰이 주어지면, 순식간에 전화번호부 속 여자번호는 모두 삭제된다. 얼마 전 관람한 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소묘’의 한 장면이다. 이 장면이 잊혀 지지 않는 이유는 두 남녀의 모습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지난날의 집착하는 여자가 떠올랐다. 나 자신이기도 했고, 나의 친구이기도 했던 집착하는 여자. 그 여자가 무대 위에서 내 마음 좀 알아달라고 목청껏 소리치고 있었다.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리는 것을 집착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집착하는 여자와 집착당하는 남자의 표정은 항상 성이 나있고 행동은 분주하다. 서로에게 마음이 쏠려 있는 연인은 뜨겁게 열애중이다. 한쪽이 마음이 쏠려 있으면 외사랑 중이다. 문제는 쏠려있는 마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달리는 행동으로 나타날 때다. 이걸 나타내는 단어가 바로 집착이다. 사랑이 집착으로 가는 경계선에는 항상 매달리는 행동이라는 단서가 있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집착의 오류

집착이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출필곡반필면(出必告反必面)을 부모님이 아닌 연인에게 행하고, 시간단위(10분단위일 때도 있었다)로 어디서 누구랑 뭘 하고 있는지 보고하고, 이성보기를 돌같이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거다. 집착하지 않음은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에서 더 나아가 나에게 관심과 사랑이 없는 사람으로 확대해석 되기도 하고, 집착이 집착을 낳아 서로의 일상을 무너뜨리면서도 즐거울 때다. 대부분은 첫사랑이거나 연애를 글로 배웠거나, 동네 모쏠 형에게 코칭 받았을 경우가 많다.

     

집착의 후유증은 실로 거대하다. 이별의 사유로 가장 만만한 게 집착이기도 해서, 집착 때문에 헤어진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음번 연애에서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아예 무관심으로 가는 거다. 그러니 또 헤어진다. 그렇게 신나게 혼자 뫼비우스의 띠를 돌고 돈다. 연애시장에서의 혼란과 동시에 자존감도 위협받는다. 나는 왜 연애가 어려운가. 그렇게 타의적 독신 또는 비혼주의를 결심하게 된다.


     

집착은 혼자만의 문제일까?

대부분의 집착은 혼자만의 문제일 경우가 많다. 집착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그 사람이 믿음을 주지 않았어요.”, “신뢰가 있었으면 이렇게 하지 않았겠죠.”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속적으로 믿음을 주지 않고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과는 관계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 술만 먹으면 연락이 안 되는 사람 때문에 위치추적과 영상통화를 수시로 할 수밖에 없다면, 왜 술만 먹으면 연락 안 되는 사람과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정리하면, 상대방이 문제가 있어서 내가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성립이 안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을 주지 않아요.”라는 말도 집착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 경우엔 안타깝지만 상대방이 나를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간과 추억을 쌓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좋은 방법이다.     

     

나는 분명 사랑인데 저쪽에선 미친거니 라고 말하는 것,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집착의 모습은 썩 유쾌하지 않다.   

     

네가 좋아하는 선물을 준비했어

네가 자주 가는 거리에 앉아

널 기다리고 있어 내 사랑을 알아

집착이라 말하지 마 사랑을 몰라 넌

미쳤다고 말하지 마 내 맘을 몰라 넌

넌 절대 내게서 떨어질수 없어

-송지은 '미친거니' 중

     

집착은 하고 있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곁에 있는 사람도 모두 힘들다. 사람을 지쳐 나가떨어지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집착이다. 어떤 것이든 집중을 하는 모습은 멋이 있다. 하지만 집착하는 모습은 멋이 없다. 멋없는 연애라니, 별로지 않은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백분토론이든, 날밤토론이든 서로 합의하에 규칙을 정하고 진행하는 관계, 그런 스웩 있는 연애에 집착하는 여자, 집착당하는 남자는 없다. 부디 사랑에 집착 하지 않고 집중해야할지어다.   


작가의 이전글 어서와, 이별선물은 처음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