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엉부엉 May 06. 2019

대충 살고 싶습니다.

2018년 5월의 나, 2019년 5월의 나. 2020년은 어떨까?

2018년 5월 서랍속에 넣어놨던 글이다. 2019년 5월에도 똑같은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다.

2020년 5월의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똑같아도 상관없고, 달라져도 상관없다.

2018년의 5월과 2019년의 5월, 달라진 바가 하나 있다는 이것일 것이다.

"상관없다 ㅎ"



문득 내 삶이 어디로 굴러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되는대로 사는대로 흘러가는대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 그것이 괜찮은 삶인지 궁금해졌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원이 된지 만 1년이 되었다. 졸업을 하던 그 순간을 기점으로 나의 시간들은 이스트를 만땅넣은 밀가루 반죽마냥 그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푹 찍어 누르면 공기가 빠져 다시 줄어들 것만 같은데, 과연 그것이 성숙한 삶이냐는 물음에 감히 예스라 답할 자신이 없다. 밀도있는 시간이란 어떻게 보내는 것인지, 까먹은건지 원래부터 몰랐던 건지 아무튼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다들 너무 바쁘다. 끊임없이 일하고 배우고 읽고 보고 듣는다. 자기 일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회사 밖에서도 계속 무언가를 배우고 지식을 나눈다. 이미 사회적 풍토가 그러하니, 나도 어줍잖게 바쁘게 살려고 노력은 한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계정들의 뉴스피드는 어느 덧 업계 뉴스와 최신 트렌드, 얼굴 모르는 업계 선배들의 노하우와 자기성찰적 회고록으로 가득하다. 엄지를 아래로 쭉쭉 내리며 눈길이 가는 포스트는 눌러서 자세히 읽어보고 인사이트가 있는 것은 공유하거나 저장해둔다. 배울 것은 여전히 많고, 알아야할 것은 매일 생산되고 있으니 이 과정에 있어서 끝은 없다. 이 방대한 지식의 양에 나는 쳇바퀴 돌리듯 대차게 발길질을 몇 번 하지만, 아휴- 숨이 차는 것은 견딜 수가 없어 그렇게 또 일주일은 모른 채 덮어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고 나니 벌써 지쳐버린 것 같다. 사람들은 어찌 저렇게도 열심히들 사는지, 꾸준하고 열의넘치는 사람들이 나는 오늘도 대단해 보인다. 나 따위는 왜이리 의지가 약하고 쉽게 싫증을 내는지 스스로를 꾸짖지만, 이 짓도 벌써 몇 번째라 내성이 생기는 바람에 별 효과 없이 그렇게 또 모른채 덮어둔다. 오직 바삐 움직이는 '위대한' 현대인의 생태환경이 궁금해질 뿐이다. 다들 어찌 저리도 열심히 제자리를 찾아 노력하는 것일까.


나는 너무도 대충 살고싶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다들 어찌도 그리 바삐 살아가시나요- 라고 묻고 있지만, 동시에 바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찌해야하나요- 라고 묻고있으니 말이다. 나는 대충 삶을 진척하고 싶으면서도 그것이 밀도없는 시간들로 흩어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사람인가보다.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아무튼 나는 대충 살고 싶지만 대충 시간을 흘려보내기는 싫다. 삼시세끼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회사도 계속 다닐꺼지만, 인스턴트가 아닌 가스불과 씨름한 요리로 배를 채울 것이고 카누가 아닌 드립커피로 한 방울씩 내려 마실 것이고 일개 노예일 뿐이겠지만 자긍심을 가지려 부단히 최면을 걸 것이다. 넘치는 정보와 지식을 다 소화지 못하더라도, 본래 지니고 있던 원초적인 자원으로 삶의 쳇바퀴를 가동시킬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너무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 Smar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