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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부엉 May 06. 2019

취향에 대하여

당신의 취향은 "무엇" 인가요.

"너는 왜 페스티벌이나 공연장 같은 곳 안다녀?"

"저는 시끄러운 걸 정말 싫어해요. 그래서 페스티벌을 싫어합니다. 음악과 공연은 좋아하지만, 제 귀는 그게 싫은 가봐요. 마음과 신체는 다르잖아요. 그냥 제 방에서 스피커로 감상하는게 더 좋아요."


가끔 내 취향을 설명하기가 너무 버거울 때가 있다. 대게는 상대가 특정 취향을 너무 당연하게 가정하고 질문을 던지는 경우 때문이다. 나는 반박충처럼 아뇨 저는 그렇지 않은데요- 라고 말을 이어나가거나, 네 그거 참 좋죠- 라며 그냥 얼버무리며 수긍하곤 한다. 그의 가정은 적어도 내게는 이기적인 질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마이너한 취향을 지닌 인간도 아니다. 단지 조금 소극적이고 작고 희미한 것을 좋아할 뿐이다. 음율의 변곡점이 크지 않은 잔잔한 음악을 좋아한다. 고유한 나의 행동 리듬에 음악이 얽히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의류나 가방도 민무늬가 좋다. 그래야 서로 어울리기 편하니까. 이불과 가구도 모두 흰 색이다. 프레임에 여백이 많아야 소품의 온기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 고만고만한 감정선을 지닌 인간이기에, 고도의 애정을 쏟는 그 무언가를 위해 그 외 나머지는 대체로 비워두려 하는 편이다. 그래서 여백으로 두는 공간이 많고, 조용하고 희미한 것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아무쪼록 이런 나에게 눈에 띄게 커다랗고 강렬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들은 어울리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 그냥 서로 다른 취향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사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서로 다른 취향이니 이해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종종 이 사실을 잊고 상대에게 반문할 때가 있다. 페스티벌 가면 너무 피곤하고 지치지 않아? 사람도 많고 너무 정신 없고. 도대체 무슨 재미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 라며. 나 또한 그에게 이기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서로가 던지고 던지는 질문이 쌓일 수록 이해불가의 장벽은 높아져만 간다. 그 다음 번 던지는 질문의 기준은 한 층 더 확고해지고, 상대는 그런 질문에 한 층 더 깊은 반박욕구를 지니게 되거나, 노상관으로 귀결시켜 논란의 종식을 끝내버린다. 결국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겠지.


이런 파국의 과정을 알면서도, 우리는 종종 취향을 이야기할 때 어느 한 방향을 가정한 채 질문을 던지곤 한다. 자칫하면 그것이 상대에게 불쾌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오늘 그 불쾌함을 겪었고, 불쾌함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집에 와서 오늘의 짜증을 곰곰히 생각해보며 되새긴다. 함부로 서로를 단정하지 말자고.


앞으로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당신의 취향은 "무엇"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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