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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성공적인 시작의 세 가지 원칙

다니엘 핑크의 「언제 할 것인가」를 읽고 (1/3)

by 온명


"그래서, 언제 하면 돼?"


이 책을 읽는 중이라고 하면 단연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도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이 책을 펼쳤었다. 저런 단순한 질문 하나로 결코 답을 얻을 수 없다. 멈추지 않는 시간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딱 하나의 시점을 꼽아 자신의 답을 찾아주길 바란다면 너무나 큰 욕심이 아닐까. 그럼에도 감히 내가 저 질문에 당장 답을 해본다면, 일단 '지금'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답변이기에 더욱 '지금'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언가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한 '지금'은 언제일까? 혹은 '지금' 나에게 가장 효율적인 활동은 무엇일까?

「언제 할 것인가」는 이런 질문에 충분한 대답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Part 1. 하루 속 숨어있는 시간 패턴'을 읽고 반드시 자신의 생리적, 심리적 영향을 주는 24시간 주기 생체리듬 패턴인 크로노 타입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유형을 찾고 자신에게 알맞은 일과를 설계해서 생산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루라는 짧은 주기 속에도 존재하는 최저점에 대해 제대로 알고,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학습해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자신에게 필요한 실용적인 정보는 각자 책 안에서 직접 찾아보도록 하고, 난 「언제 할 것인가」에서 말하는 시작, 중간,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 나는 모든 것이 타이밍에 의해 좌우되며 인생은 타이밍에 의해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246p






시작 : 성공적인 시작의 세 가지 원칙


제대로 시작하기 : 잘못된 시작을 피하라

시작은 이후의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언제’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통계와 실험을 통해 기분과 성취도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기분은 기상하는 시점으로부터 최고점-최저점-반등이라는 공통된 패턴이 나타난다. 시간에 따라 기분이 오르내리며, 그 기분에 따라 성취도 역시 널뛰기를 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게다가 시간대에 따라 잘할 수 있는 능력에도 차이가 있다. 최고점까지 상승하는 구간인 오전 시간에는 분석적인 역량이 높아지고, 최저점 이후 반등 구간인 저녁 시간에는 연결회로가 활성화되면서 창의력이 향상되고 통찰력을 요구하는 역량이 높아진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아침형 인간으로 분류하는 '종달새 형' 크로노 타입과 저녁형 인간으로 분류하는 '올빼미 형' 크로노타입이 존재하는데, 이 두 가지 타입은 상반된 패턴을 보여준다. 우리 중 약 4분의 3은(종달새와 제3의 새, 우리 중 대부분은 종달새도 올빼미도 아닌 제3의 새의 유형이다!) 하루를 '최고점-최저점-반등'의 세 단계로 경험하는 반면, 유전적인 요인이나 나이 탓에 올빼미 형이 된 나머지 4분의 1은 하루를 '반등-최저점-최고점'의 반대되는 패턴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다. 니시노 세이지의 저서 「숙면의 모든 것」에서는 개인에게 최적화된 수면 패턴은 약 3주 정도 되는 기간 동안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잠이 들고 깨는 주기를 얻어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데, 하루하루가 바쁜 현대인에게는 3주에 걸쳐 자신의 수면패턴과 수면량을 확인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생체리듬은 수시로 오차를 조정하는 기능이 있다고 말해주는데, 가장 강력한 요소가 바로 빛, 그중에서도 햇빛이다. 「언제 할 것인가」에서는 햇빛에 따라 조정되는 생체리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즉, 개인에게 최적화된 생체리듬을 파악하기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다.

이런 복잡함과 까다로움에도 언제 시작해야 자신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는지를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지라도 자신의 생체리듬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수면과 생활패턴을 아는 것을 넘어서 삶 전반적인 메타인지를 향상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쉽진 않아도 책에서 제시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크로노타입을 파악할 수 있다면, 언제 어떤 일을 해야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는지가 명확해진다. 개인마다 다른 생리적-심리적 특성에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생산성과 효율성, 그리고 동기부여까지 향상할 수 있다. 적어도 최저점에서 시작해서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다시 시작하기 : 시간 경계표와 새 출발 효과

시작은 중요하다. 하지만 시작을 늘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심한다면 생각대로 실행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109p


시간 경계표와 새 출발 효과란, 사회적-개인적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경계이자 시작점을 의미한다. 이 시간 경계표는 과거의 내가 저지른 잘못과 결함을 끊어버리고 새롭고 더 나은 자아에 관해 자신감을 불어넣는 출발점이 되고 실패의 경험과 감정에서 거리를 두고 목표에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사회적 경계표로는 월요일, 매월 1일, 국경일 등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시간이고 개인적 경계표는 생일, 기념일, 첫 출근일 과 같이 개인에게만 의미 있는 날이다. 이런 시간 경계표를 활용하면 새 출발을 쉽게 할 수 있게 돕고, 새 출발은 잘못된 시작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다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우리가 매번 실패하면서도 새해 첫날을 맞이하면 연례행사처럼 신년 계획을 세우는 건, 시간 경계표 상으로 새 출발을 하기에 매우 좋은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들여 세운 계획이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실행되지 않고 포기할 때가 매우 많은데, 그때마다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고 모든 걸 놓아버리기보다는 새로운 시간 경계표를 활용해 새 출발을 하면 다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작심삼일에 좌절하는 게 아니라 작심삼일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작심 한 달, 작심 석 달을 넘어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 과정상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를 실패로 규정짓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실수와 실패를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에 포함하고 계속해서 도전하다 보면 반드시 성공에 도달하게 된다.


자신만의 시간 경계표를 세우고 특히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 경계표를 세우면 허술하게 시작한 실수를 만회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115p


함께 시작하기 : 혼자보단 함께

힘이 없는 약자더러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가라고 방치하지 않고 함께 시작함으로써 모두에게 이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122p


저자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적 문제에 휩쓸려 원치 않는 결말을 맞이하는 상황에 대해 말한다. 취업이 그중 하나다. 노동시장의 회복이 더딜 때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은 그들의 임금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뉴욕연방준비은행은 경고한다. 호황기에 졸업한 학생이 불황기에 졸업한 학생보다 더 좋은 삶의 궤적을 그린다. 이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첫 직장이 평생직장을 결정짓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이런 잘못된 시작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적 차원에서 예방할 수 있는 문제로 다룰 것을 말하며, 함께 시작하기의 가치를 말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써 함께 시작하기의 가치도 크지만, 나는 지속성의 측면에서 함께하기의 가치를 말하고 싶다. '빠르게 가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은 어디서 접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아도 내가 깊이 공감하며 오래도록 간직해오고 있는 격언이다. 혼자서는 당장 집안 청소도 미루기 십상이고 나 자신을 위한 공부나 독서 같은 계획도 오래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 매우 효과적인 전략은 '함께 하기'이다. 나 역시도 사소한 일상을 주변인과 공유하는 아주 작은 경험에서부터, 나와 같은 방향성을 갖고 사는 사람과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는 경험을 하며 '함께하기'의 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무얼 하더라도 나 혼자 하기보다 누군가 함께 하는 것이 더 쉽게 시작할 수 있고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하며 쌓이는 유대와 신뢰는 덤이다.


시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오래 우리 곁에 머문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주변을 맴돈다. 123


자, 이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시작해 보자.

다니엘 핑크의 「언제 할 것인가」를 읽고 (2/3), '중간'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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