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핑크의 「언제 할 것인가」를 읽고 (2/3)
「시작 : 성공적인 시작의 세 가지 원칙」, 다니엘 핑크의 「언제 할 것인가」를 읽고(1/3)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중간에는 뭔가에 홀리는 것 같다.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알 수 없는 힘의 작용인 것 같다. 145p
연령별 행복도 통계를 통해 제시하는 'U자 모양'의 중반부 가라앉는 형태의 패턴은 남녀노소, 국가와 인종을 막론하고 공통으로 나타난다. 단순히 인간의 행복 주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크게는 인생 전체에 걸쳐서, 작게는 하나의 과제를 수행할 때도 이 'U자 모양'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중반에 처지는 까닭은 우리가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젊었을 때는 앞날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고, 노년에는 기대가 너무 낮기 때문에 U자 모양 패턴이 형성된다고 분석했다. 난 그보다 '중간쯤 되면 우리는 스스로 정한 기준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말에 더 공감했다. 인간의 의지만큼 외강내유(外剛內柔) 한 것이 없다. 시작을 다짐할 때 의지는 이보다 강렬할 수 없지만, 그 의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흩어져버리고 만다. 굳건할 것만 같았던 다짐과 의지는 금세 사라지고 스스로 내세웠던 기준은 갈대와 같다. 흔들리는 갈대처럼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하게 기준을 적용하다 보면, 해야 할 이유도 의미도 잃고 포기하기에 이른다. 무얼 하더라도 반드시 지날 수밖에 없는 중간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빠지기 쉬운 슬럼프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시기를 무사히 지나가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좌절을 겪는다. 저자는 책에 슬럼프를 대처하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있겠지만, 시작과 끝 사이 새로운 시작을 배치해 중간 시기의 침체기를 지나갈 수 있다는 개념인 '중간 목표를 정하라'라는 전략이 가장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이 전략은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왜 신년 계획을 끝까지 지킬 수 없을까?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지속하는 건 배로 어렵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에너지 소모하는 일을 지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무언가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인간에게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기에 생존에 유리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마다 늘 미룰 궁리를 하고 '꼭 필요한 일인가?'를 물으며 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끊임없이 찾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국 어떤 행위를 지속한다는 건 매번 그 행위를 할 때마다 그 의미를 찾는다는 것과 같다.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그 의미를 찾으려 자문하지 않아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존에 밀접하지 않은 일이라면? 그 결과를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신년 계획이다. 정말 나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들로 신년 계획을 세워도, 채 3일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건 우리의 삶이 너무나 피로하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내 삶에 기여하는 게 없어 보이는 '책 읽기', '운동하기',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한 공부하기', '취향 형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하기', '내가 좋아하는 일로 가시적 결과물 만들기' 등 내 정체성을 구체화하고 자아실현을 위한 활동은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간신히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를 위한답시고 무언갈 열심히 하는데, 즉각적인 보상도 없을뿐더러 안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면? 굳이 자신의 의지를 매일 시험대 위에 올리고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을 괴롭혀가며 고통스럽기만 한 행위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성장과 꿈을 위한 행위엔 '의미'가 필요하다.
매번 실천을 앞두고 늘 그 의미를 상기시키며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겨우 몸을 움직이는 게 나라는 인간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목표가 구체적이어야 강력한 의미를 행위에 부여할 수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명확하고, 그런 삶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지속할 수 있다. 즉, 자기 자신과 삶에 중요한 가치를 담은 '의미'가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지속하게 만든다.
잘게 쪼개서 당장 실천 가능한 단위로 만들기
위에서 실천이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의미를 상기시켜야 간신히 몸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이거 왜 해?' '꼭 필요해?' '안 하면 안 돼?'라고 자문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소모적인 일이다. 차츰 의미를 되살리는데 필요한 시간은 길어지고, 실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만큼 의지는 반감한다. 결국은 의미는 퇴색되고 실천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중간 시기에는 힘이 빠진다. 스스로 정한 기준을 잘 지킬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강력한 의미 부여가 된 목표를 세울 필요하다고 앞서 말한 것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나를 위한 일이라는 믿음을 스스로 가질 수 있다면, 실천할 때마다 자신이 정한 의미를 매번 확인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 이제 강력한 의미 부여를 통해 생존과 밀접하지 않아도 실천할 수 있는 동기를 얻었다. 더 이상 귀찮게 뭘 할 때마다 의구심을 갖고 의미를 상기시킬 수 있는 질문을 스스로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아무 생각 없이 하기는 쉽지 않다. 해야 하는 행위가 쉽고 단순하지 않으면 의심의 불씨는 언제든 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중간 목표를 정하라'가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책 읽기'라는 행위를 지속하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독서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독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삶의 목표와 자아 정체성을 가지게 되면 책 읽기라는 행위를 삶의 일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행위를 충분히 이끌어낼 수 없다. 책 읽기라는 목표를 잘게 쪼개서 아무 생각 없이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한 단위로 만들어야 한다. 추상적인 책 읽기라는 목표를 정량적이고 구체적인 행동 만들어야 한다. 1달에 1권씩 1년에 12권이라는 정량적인 중간 목표를 세우고, 보통 책 1권에 300쪽 정도 되므로 1달에 1권의 책을 읽기 위해서 '하루에 10쪽씩 책을 보자'는 최소 행동 단위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목표를 잘게 쪼개면 하루에 10쪽이라는 심리적 장벽이 매우 낮은 행동목표를 얻을 수 있다. 난이도가 쉽게 느껴져야 아무 생각 없이, 그리고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다. 여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맡에 둔 책을 10분 읽기', '대중교통 타고 이동할 때 책 읽기', '자기 전 읽을 책을 늘 머리맡에 두기'와 같은 아주 쉽고 간단한 행동 목표를 추가하면 실천하기는 더 쉬워진다. 이렇게 실천하기 쉽고,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 목표를 만들어서 중간 시기에 겪게 되는 슬럼프와 침체기를 최소화하고 극복할 수 있다. 내 행동 하나하나가 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하루에 주어진 일을 해낼 뿐이다.
마라톤을 할 때에도 결승점까지의 거리를 염두에 두지 말고 다음 몇 킬로미터까지 가는데만 집중해야 한다. 157
결국 성공한 사람들의 '그냥 해!'는 강력한 의미부여가 가능한 구체적인 삶의 목표와 자아정체성이 만들어낸 명확하고 단순한 행동목표다. ‘그냥 해!‘가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어느새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니엘 핑크의 「언제 할 것인가」를 읽고 (3/3), '결말'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