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보다 스스로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신의 삶에 나는 언제부터 없었던 걸까. 아니, 애초에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가 이별을 말하며 남긴 수많은 문장들 가운데, 가장 오래 곱씹히는 말이 있다.
"삶에서 연애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아주 정확하고, 자기 확신에 찬 말이었다.
그래서일까. 마치 내가 그의 삶을 방해라도 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들기에 딱 적당했다.
그 말이 나를 향해 겨눠졌을 땐, 진심이었던 내가 순간 너무 과해 보였고,
나는 내 삶을 소홀히 여기며 누군가에게 기대려 한 사람처럼 왜곡되었다.
그저 같은 방향을 보고 싶은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경계의 신호로 읽혔던 걸까.
어느 순간부터 그의 삶에 간섭이 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돌아보았다.
나는 단 한 번도, 그 사람의 삶을 침범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다만 그 삶 안에 함께 있을 수 있기를 바랐을 뿐이다.
나는 내 삶을 살아가면서, 그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을 조심스럽게 내어놓았을 뿐이다.
기대고, 기대어주는 관계. 혼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삶이지만,
서로가 곁에 있어 조금 더 따뜻해지는 삶. 그런 삶을 꿈꿨을 뿐이었다.
그가 건넨 말에는 "당신은 제 삶에 우선순위가 아니에요"라는
조용한 선 긋기가 담겨 있었다.
그 사람은, 자기 삶에 집중하는 게 맞는 선택이라고 했다. 그 말도 맞다. 정말 맞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하고 중요하다. 나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내가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했다고 해서 삶을 소홀히 했던 건 아니지 않을까.
나는 그 삶의 옆자리에 나란히 서보려 했던 것뿐이었는데,
그는 그걸 짐처럼 느꼈던 걸까.
연애가 삶의 전부가 아닌 건 맞지만,
그 말이 때론 누군가의 마음을 단칼에 잘라내는 데 쓰이기도 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그는 아마 자신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다만, 어쩌면 당신이 삶과 사랑을 동시에 품는 방법을 몰랐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 말이 그저 ‘이 관계는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선언이었다는 걸.
더 애쓰고 싶지 않다는,
조금은 부드럽고 책임 없는 방식의 결론.
말에는 늘 더 많은 마음이 들어 있다.
그 사람은 아마 그 말이 상처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은 지금까지도 마치 내 존재의 가치를 조용히 깎아내리는 잔상처럼 자꾸 떠오른다.
그 사람의 삶에는 내 존재는 너무 과했던 걸까.
내가 건넨 마음은 정말 그 삶에 걸맞지 않은 무게였던 걸까.
그리고 그런 질문 끝에서야, 천천히 나를 이해하고 합리화를 해본다.
그건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의 삶에 내가 들어갈 여백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