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이렇게 오래 힘들까요

연애 때문에 상담을 받게 될 줄이야

by 나의 바다

나는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깊은 바닷속을 헤매고 있었고,

숨을 쉬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계속 가라앉았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선생님은 안경 너머로 조용히 나를 바라보셨다.

“안녕하세요”


조금 엄격한듯한 느낌, 연륜 있어 보이는 그 조용한 눈빛에는 명확한 직감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그 말을 꺼내면서 괜찮아 보이고 싶은 생각에 슬며시 웃었다.

‘그냥 조금 지쳐서요’라고 하려다가

미리 작성한 나의 상황에 대한 종이를 드렸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고, 너무 괴롭다고 했다.


“요즘 수면은 어떠세요?”

선생님이 물으셨다.


“물에 가라앉는 꿈을 자주 꿔요. 속이 답답해서 깨고,

머리에서 열이 확 오르다가… 그러면 또 깨요. 한 달 가까이 그래요.”


선생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많이 불안해 보이세요. 잠시 쉬는 것도 방법일 수 있어요.

진단상으로는 아직 괜찮은 쪽에 가깝지만, 감정은 이미 오래 잠겨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간이정신건강검사에서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그게 오히려 더 절망스러웠다. 이렇게 고장 난 느낌인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까.


결국 MMPI와 TCI라는 정식 심리검사를 받기로 했다.

내 마음의 구조를 언어로 정리해 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기대와 자기 객관화에 도움이 될까 봐서였다.


“제가 왜 이렇게 오래 힘들까요.”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매일 가슴속에서 똑같은 질문이 맴돌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오래 괴로울까.

왜 아무 일도 없는데,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너질까.

왜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애쓴 뒤에는 항상, 나만 남아 있을까.


그렇게 첫 상담은 50분이 금방 지나간 것처럼 보였지만,

내 안에는 어딘가 찝찝한 침전물이 남아 있었다.

편안했던 것도 잠깐, ‘결국 내 불안이 문제였던 건가?’ 싶은 자책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싶은 혼란도 뒤섞인 채로, 상담실 문을 나왔다.


다음 상담은 일주일 뒤였다.


과연 나는 괜찮아질 수 있을까?

나아질 수 있을까?

막연한 두려움이 몸을 감쌌다.


하지만 나는 잠겨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말할 수 있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고,

처음으로 내 지인과 가족이 아닌 전문가에게 이 사실을 말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작은 희망도 품었다.


그 한 문장이,

내가 바다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첫 번째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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