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답을 정해놓고 말했나
"저 오늘 팀장님한테 장난으로 맞았는데 좀 기분이 안 좋았어요."
불쾌함을 꼭꼭 눌러 참다가 내 편에 서 줄 사람에게 겨우 꺼낸 말이었다.
무슨 일 있었어? 미친 거 아니야?! 한마디 듣고 싶어서.
그런데 한참 뒤 돌아온 대답은
"어딜 맞았길래요?"
"상대적인 거니까 기분 나쁠 수도 있죠."
그 순간 나는 말문이 닫혔다. 그건 단순한 대화 실패가 아니었다.
감정의 무효화였다.
나는 방금 내가 의지하는 사람에게
'기분이 나빴다'는 감정 자체를 부정당한 것이다.
단지, 내 편이 되어주기를 혹은 그런 척이라도 해주길 바랐을 뿐이었다.
대단한 해결도 격한 분노도 필요 없었다.
그는 악의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상황을 가볍게 넘기고 싶었던 걸까?
어느 쪽이든 그 짧은 말 한마디에 나는 무력해졌다.
돌아온 대답은 상황을 가볍게 넘기려는 것처럼 들렸고, 그 속엔 내 기분이 어땠는지 들으려는 마음이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얘기는 여기까지구나. 더 말하면 내가 과민한 사람이 되는 거겠지.
"답정너로 듣고 싶은 얘기는 절대 해주지 않는다"는 그의 말이 또 머릿속을 스치고 나는 이야기 종결을 택했다.
우리는 가끔, "그런 일이 있었어?", "많이 놀랐겠다"
그 짧은 말 한마디만으로도 다시 안정을 찾는다.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그날 이후로 내 불안감은 극도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