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조명은 누가 비춘 걸까
그날따라 유난히, 그리고 오랜만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웠다.
출근길 내내 내 안의 공기가 덜 무거웠던 건, 아마도 퇴근 후 상담시간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을까.
그의 말들 중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몇 가지 말들이 있었다.
어떤 심리에서 그런 감각을 느꼈는지, 그 말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전문가를 만난다면 꼭 물어보고 싶어졌다.
“손발이 묶인 느낌이에요.
강제로 조명 아래에 서있는 것 같고, 숨이 막혀요.
감시당하는 기분이에요. 저는 전시용 사람이 아닙니다.“
그가 이 말을 꺼낸 건, 연락이 며칠째 끊긴 후였다.
정확히는 4일쯤 지나 있었고, 아무런 대화 없이 침묵하던 그가 혼자 긴 생각을 마친 듯, 와르르 쏟아내듯 내게 건넨 말이었다.
그가 느낀 억압감과 무력감이 정말 나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일까?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나의 감정을 ‘통제 불가능한 것’처럼 여겼다. 그리고 급기야 ‘숨 막힌다’고까지 했다.
초반에는 신경 써주어서, 항상 챙겨줘서 고맙다고 했던 나의 모습들을 왜 어떤 이유 때문에 언제부터 그것을 숨 막힘, 감시, 통제로 느꼈던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의 이면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날 나는 이 질문을 들고 상담실에 들어섰다.
그가 없는 자리에서 이 관계를 다시 바라보고자 함이었다.
“선생님, 저는 통제하려 한 적이 없어요. 전화도 안 했고, 혹시 그가 불편해할까 봐 그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는 제게 먼저 이야기해 줬던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조언만 구했을 뿐이었어요. 그저 관심이었고, 걱정이었고,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었던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그 말들이 저한테는 너무 낯설고 충격적이었어요.”
선생님은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시곤, 한참을 생각한 듯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사람은 아마 사회적 민감도가 매우 높은 사람이었을 거예요. 즉, 자기 노출에 대한 불안이 크고, 자존감이 낮아 자아상이 외부 평가에 쉽게 흔들리는 심리 구조를 가진 거로 보여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그제야, 그가 왜 그토록 조심스러웠는지를 조금 이해하게 됐다.
그는 콘텐츠 속에서 항상 설정된 이미지로 존재했을 것이다.
정제된 말, 조심스러운 태도, 자신이 선택한 범위 내에서만 자신을 보여주는 방식.
그 안에서는 그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었고, 그 자율성 안에서만 그는 안정감을 느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의 관계는 달랐다.
우리 사이에는 정해진 스크립트가 없었고, 때로는 감정이 의도치 않게 흘러나왔으며, 서로의 말과 표현이 겹치고 어긋나는 순간도 있었다. 그에게는 이런 자연스러움이 곧 ‘위험’이었을 수 있다.
그가 말한 ‘조명 아래에 있는 느낌’은 누군가가 그를 비췄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감각에서 비롯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