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민감도가 높은 사람(2)

언젠가 피어나 온전히 느낄 수 있길

by 나의 바다

상담실에서 들은 내용 중 인상 깊었던 개념들은 아래와 같다.


1) 자기 노출 공포

사적인 감정, 특히 연애 감정이 타인의 시선 속에서 해석된다는 느낌이 들면 ‘자기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다. 그에게 연애는 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 붙여지는 사건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2) 통제감 상실

그는 애정조차도 ‘내가 선택해서 보여줄 때’만 안전하다고 느꼈다. 누군가가 감정을 표현하면 그것을 수용하는 순간 스스로의 주도권을 잃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결국 감정도, 관계도 모두 ‘계획된 것’이어야만 감당이 가능하다.


3) 투사와 방어적 귀인

그가 느낀 불안은 사실 취약한 내면 깊은 곳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원인을 ‘상대가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이라 해석해 버리는 방어 기제가 작동한다.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타인에게 전가하고, 그 사람을 ‘문제의 원인’으로 포장한다.




그 설명을 들은 뒤에야 왜 그가 그렇게까지 날카롭고 단호하게 반응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그를 억압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자기 안의 불안을 감당하지 못해 그것을 내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사람이 숨 막힘을 느낀 건 바다 씨가 진짜로 조명을 비췄기 때문이 아니에요. 감정이 보이는 상황 자체가 이미 그에게는 숨 막히는 일이었어요. 그건 바다 씨가 만든 게 아니라 그의 감정 처리 방식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불편함이에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그의 입장에서 나는 아마도, 너무 많이 보여주고, 너무 자주 다가오며, 너무 쉽게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 불편함의 뿌리는 사실 그가 지닌 불안정한 자아, 과도한 사회적 민감성, 그리고 감정을 회피하는 방어적 성향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원인을 나에게 돌렸다. 나는 원치 않은 역할을 떠안게 된 것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다시 선생님께 물었다.


“회사 내에서 본인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연인’이라는 위치로 먼저 보이게 되는 것도 굉장히 불편했던 것 같아요. 그게 자기 통제를 잃는 일처럼 느껴졌던 걸까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맞아요. 그런 사람에게는 감정이 드러나는 것보다 감정이 타인의 시선 안에 들어가는 일이 훨씬 더 위협적으로 느껴집니다.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주도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 거죠.”


잠시 내 표정을 읽으시고는 아직 의문이 남은 듯한 나를 보며 말을 이어가셨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요, 사랑보다도 자기 통제감이 무너지는 게 훨씬 더 두렵습니다.

감정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흘러들어와 자기 구조를 뒤흔들까 봐,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피하려고 해요.

이 회피는 본인이 스스로 인지하지 않으면, 진정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경험하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너무 안타까웠다. 그 아름다운 감정을 온전히 경험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니.


상담실의 공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나는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온전한 사랑이 언젠가 그의 내면에서도 피었으면 좋겠다.

늦더라도 그 마음이 스스로에게도 안전한 감정이 되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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