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 중도포기는 안 되나요
그날도 회의 시간에 그의 이름이 어김없이 나왔다.
다정했었던 그 이름은 여전히 다른 의미로 내 안에서 낯설고 불편하다.
분리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반복되는 그 상황이 이제는 내 감정의 회로를 건드리는 이명이다.
나는 내가 그 순간에는 회의 시간에 숨을 멈춘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누군가 뾰루지가 난 부분을 내가 느낄 아픔을 모른 채 손가락으로 꾹 누르는 것처럼
회의가 괴로워서 결국 중간에 화장실 가는 척 나와야만 했다.
거울 앞에서 물을 묻히고 숨을 골라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는 척했다.
정작 괴로운 건 아직도 내가 마음 정리 중이라는 걸 스스로 알아차릴 때이다.
이미 그 자리에는 없는 사람이지만, 아직 남아있는 나의 복잡한 감정을 마주하게 만드는 이 상황이 참으로 야속할 때가 많다.
왜 아직도 이러고 있을까.
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할까.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내가 감정을 떨치려고 애쓰면 감정은 오히려 나를 움켜쥐었다.
그렇게 지나고 나면 오늘도 무사히 넘겼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최소한의 위로였지만, 어쩌면 자책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감정일기는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까.
쓰는 것도, 사실 버티기만 하는 것도 나에겐 곤욕이다.
내가 기꺼이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연습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마치 제출만 해도 점수를 받았던 과제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남겨보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감정과 환경은 때로 분리되지 않는다.
통제가 안 되는 하루였다.
기분 나쁘게 숨이 가빠왔고, 목에 뭐가 걸린 듯 갑갑한 상황의 반복이었다.
후회와 자책이라는 감정은 이제 옅어지기 시작했다.>
감정일기의 결과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느끼는 감정을 덮지 않고 살펴보았다는 거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잘 쓰는 게 아니라, 끝까지 써보는 걸 목표로 하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더 좋을 듯하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갖고 가고 싶었고, 지금의 나에게 분명한 진전이었다.
감정이라는 건 원래 다루기 어려운 과목이다.
이 불완전한 기록을 내가 꾹꾹 눌러 적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특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보기로 했다.
중도포기 선언은 없다, 포기하지 않는 걸로
매일매일 오늘도 무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