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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wnscale Sep 16. 2019

나는 안다

내가 알면 됐다

     글을 쓰면 이리 못난 글이 내 손가락에서 나왔다니 하며 놀란 눈으로 손을 쳐다본다. 못난 손이라 못난 글이나 나오나 보다. 첫 글은 매번 그렇다. 브런치에 올리는 모든 글이 그렇다. 마지막 문단을 쓰기 시작하면 어서 끝내고 싶은 마음이 부쩍 커진다. '발행' 하기전에 '저장'을 하고 퇴고를 하는 것이 좋으나 성격이 급해서인지 얼른 '발행'부터 하고 본다. 그리고 내 글을 내가 다시 읽어보며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바로 수정버튼을 눌러 이리 저리 퇴고를 한다. 바로 수정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며칠이 지난 후에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난 글일수록 고칠 것은 많아 진다. 문단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하고, 제목이 바뀌기도 한다. 


     며칠 뒤 퇴고를 하면 이미 볼 분들은 다 보고 난 이후다. 그래도 한다. 내 글은 인기가 있는 편이 아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도 아니어서 검색으로 들어오는 이도 적다. 매력적인 문장을 써서 무심히 지나가던 눈길을 사로잡는 글솜씨도 없다. 시간 들여 며칠, 몇주 뒤에 글을 고쳐 봤자 볼 사람은 없고 언젠가 스스로가 되돌아 볼 것임을 안다. 


    스페이스바를 다섯 번 누르고 문단을 시작한다. 글을 마치고 네번 치고 시작한 문단이 있나 찾아본다. 다섯번 스페이스바를 누르든, 네번을 누르든, 여섯번을 누르든 육안상으로 티는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꼭 화살표키를 이용해서 몇 개인지 입으로 오물거리며 샌다. 핫,둘,셋,넷,다.  


     남이 보지 않는 것들에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들인다. 알아차리기도 힘들고 해서 뭐하나 싶은 것들이다. 그래도 하게 된다. 남들은 알지 못하고, 해서 무슨 소용이냐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손은 반대로 움직이고 만다. 누군가가 알든 말든 그런 건 아무래도 좋고, 별 생각없이 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무수한 생각들, 무수한 행동들이 있지만 '다른 사람은 모를지라도 스스로는 알기 때문에' 하는 불과 몇 개의 행동들이 자신의 가장 큰 부분을 설명하는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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