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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wnscale Oct 06. 2024

ownscale based on humanscale

     앞서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내 브랜드의 상품을 즐거운 마음으로 구경하고, 믿고 구매하게 된다면, 출근하는 동료들이 매일 아침 기대하는 마음으로 회사 문을 열고, 퇴근 할 때는 뿌듯한 마음으로 퇴근할 수 있다면. 그런 브랜드를 내가 만든다면 아주 멋진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었다. Why(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 글은 What(무엇)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은 것인가에 대한 글이다.


     브랜드 이름은 꽤 예전에 생각해 두었다. 2020년에 브랜드 이름을 'ownscale'로 생각하며 쓴 글이 남아 있었다.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책을 보면 우리가 대개 아늑하다 느끼는 장소는 우리의 손이 닿는 범위로 만들어진 곳들이라 한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높이가 천장이 되고, 가족이 모여 둘러 앉았을 때 적당한 넓이가 거실이 된다. 팔을 벌려 적당히 닿는 너비가 방 문이 된다. 굴뚝은 거실을 따뜻이 해줄 정도의 크기면 된다. 사람이 노력하면 지을 수 있을 만큼의 정도로 지은 집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이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느끼는 정도의 크기를 휴먼스케일(humanscale)이라 한다.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의 아래에서 우리는 경외감을 느끼고, 밥 짓는 냄새가 가득하게 채워지는 우리의 집에선 아늑함을 느낀다. (2020년 3월)


     유현준 교수의 책에서 풀어내는 humanscale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끌렸다. 내가 만들고 싶은 가치는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 '대단한 것'보다는 '편안한 것'에 가깝다. 무인양품의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문장은 내가 무엇인가 사기 위한 기준만이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할 때에도 나침반이 되어준다. 더도, 덜도 않는 정도가 딱 좋다. 나무젓가락의 끝을 조금만 더 날카롭게 깍아도 우리는 그 날카로운 끝을 보며 불안한 감정을 느끼고, 새하얀 흰 반팔티의 넥라인을 조금만 아래로 늘리면 그것은 '난닝구'가 되어 버린다. '적당한'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나 쓰이면서도 실제로 목격하고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단어다.



     humanscale이라는 단어는 '편안한 것'이긴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한가?'라고 생각해 본다면 나에겐 조금 부족함이 느껴지긴 한다. 집을 지을 때 그 집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돌과 모래로 담을 쌓아 올리고 지붕을 얹는다고 해도 벽지의 색깔, 문 손잡이의 모양, 마루의 나무 결 등에 따라 어떤 사람들에게는 돌연 불편한 것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편적인 '좋음'에서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나는 자꾸 만두에 찍어 먹을 맛간장을 찾는 것처럼 무언가 '한 끗 더'를 찾는다.(관련 있은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을 때 굳이 고추가루를 부탁 드리고 뿌려 먹는다)


     이렇게 보통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취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소중하게 가꾸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것들을 목격하게 될 때가 재밌다. 그런 사람들의 작업물들은 카페, 편집숍, 식당, 소품샵, 글, 음악, 그림 등 여러 영역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주변의 대부분의 것들은 나에게 너무 화려하거나 너무 질이 낮거나 너무 과분하거나 하다. 마음에 꼭 드는 어떤 것은 또 너무 비싸다. 이해 안되는 얘기지만 어떤 건 너무 저렴해서 품질이 의심 되기도 한다. 어떤 것은 너무 대중적이다. 무언가를 선택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브랜드, 상품들, 상세페이지,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보는 것이 가끔 지치기도 한다. 딱 내가 원하는 적당한 편안함을 주면서도 어딘가 한 끗 다른 브랜드를 찾기는 너무 어렵다. 이렇게 까탈스런 스스로가 꼴불견이면서도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같은 사람들이 분명 또 있을텐데 그 사람들도 마음에 드는 거 찾으려면 참 힘들겠다. 그럼 내가 그런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회사에서 기획을 업으로 10년은 했던 사람이니 당연히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이재저래 브랜드에 대한 콘텐츠를 찾아보다 문득 Chat GPT에게 잘 설계된 브랜드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물어 보았는데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10가지의 질문을 해주었다. 그 중에서 가장 첫번째로 해준 질문이 '브랜드 철학과 미션'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 왜 이 브랜드를 시작했는가?
- 이 브랜드가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할 것인가?
- 브랜드의 핵심 철학은 무엇인가?
-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도전한 이유는 10년간 회사에서 상품기획 MD의 일을 하며 '나의 것'을 만들고 싶단 마음이 선명해 졌기 때문이다. 백지에서부터 나의 생각을 온전히 담은 기획을 하고 싶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상품들, 서비스들, 경험들을 아울러 보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나의 생각을 더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더 좋게 디밸롭 한다기 보다는 나의 생각을 입힌 가치를 만들어 내고 싶단 마음이 더 크다.


     무인양품이나 유니클로의 상품들은 친숙하고 접근하기 쉬운 브랜드인 동시에 '어딘가 심심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힙'한 것들은 나에게는 너무 빠르게 소비되는 느낌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의 힙함이 1년 뒤, 2년 뒤에도 같은 모습일까? 나는 5년 뒤, 10년 뒤 주름이 하나 둘 생기고 더해져도 그 주름과도 어울리는 것들을 만들고 싶다. '하나'를 오래도록 소중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과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 나이와 성별, 사는 지역을 떠난 보편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나의 것'이라 할 수 있는 시선을 담고 싶다. '나의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향유하며 그들에게 '그 자신만의 것(ownscale)'이 되기를 바란다.


     '대단한 것' 보다는 '편안하고 익숙한 것', humanscale에 뿌리를 두고 그 주변에 자신의 씨앗을 의연하게 심는 사람으로 살고 싶고, 그런 작업물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ownscale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어 'ownscale based on humanscale'이라는 문구를 떠올렸다.


     이렇게 내가 추구하고 싶은 브랜드의 가치를 생각하며 '카이'라는 이름을 가진ㅇ 브랜드 페르소나를 정리해 보기도 했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들이 ownscale이라는 브랜드의 가치에 공감할까? 따로 노션에 정리해 둔 내용들을 GPT에게 말을 걸며 학습시켜 두었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며 GPT에게 되물어 보았다.



     '카이'라는 페르소나를 그린 것은 앞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거나 선택했을 때 같은 결의 것들을 모아나갈 때 기준으로 삼고 싶어서다. '카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이걸 좋아할까? 남들에게 추천할까? 라는 구체적인 실체가 있어야 방향을 잃지 않겠다 싶었다. 이번에 브랜드를 해보겠다 도전하며, 첫 시작으로 가방으로 해보기로 하며 '카이'라면 어떤 가방을 들까? 이 가방을 언제 어떻게 들고 다닐까를 생각하며 만들 것이다. 과하게 고급스런 가방도 아니고, 저렴한 가방도 아닐 것이다. 모두가 들고 다닐 가방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 가방에 매우 만족해하고, 주변 사람들은 카이가 들고 다니는 가방을 보며 '그거 썩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가 명품 가방을 보며 보내는 선망이나 부러움의 시선은 아닐 것이다.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하며 오래 들수록 그에 맞게 잘 에이징이 되는 가방일 것이다. 가방이라면 응당 갖춰야할 기능을 잘 수행하면서도 다른 가방들이 만족시키지 못한 디테일들을 만족시키는 가방일 것이다. 


     첫 아이템 이후에 무엇을 할지는 아직 떠오르지는 않는다. '가방'을 만들다가 여의치 않게 되어 다른 아이템을 할 수도 있다. 어떤 물건들은 그 주인이 더 돋보이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ownscale의 상품들은 그 사람과 나란히 서서 팔, 다리가 뻗어 나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들일 것이다. 넘치지 않는 그것대로 충분한 상품들일 것이다. 이번 도전을 하며 다짐하는 것은 '타협하지 말자', '후회하지 말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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