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4살, 처음으로 독립하며 강남에 집을 구했다. 핫플레이스가 밀집해 있고, 도보로 다닐 수 있는 동선, 대중교통으로 어디든 빠르게 닿는 입지. 그 당시의 나에겐 ‘일에 최적화된 도시적 조건’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속도와 효율성에 감정이 따라가지 못했다. 계절을 감지할 수 없는 일정, 쉴 틈 없이 흘러가는 사람들의 속도, 잠시 멈추면 뒤처질 것 같은 도시의 공기. 그렇게 4년이 흐르는 동안, 나는 번아웃과 우울을 겪었다. 몸은 이곳에 있었지만, 마음은 점점 멀어졌다. 완벽했던 공간이 더는 나를 감싸주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공간을 다시 설계하기로 했다. 감정이 숨 쉴 수 있는 ‘느린 집’을 찾아 나섰다. 북한산 자락,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정원을 가꾸고, 식물을 돌보며 내 감정도 함께 돌본다. 더는 타인의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내 감정의 속도로 살아가는 집.
시간을 좇는 집에서, 시간을 조율하는 집으로.
그렇게, 나는 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