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부터 선택권을 많이 주면 좋은 줄 알았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줘야 자기가 선택한 것에 따른 책임감도 배울 수 있고 아이의 다양성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택권을 받은 아이는 고민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통해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째를 키우며 육아서를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선택권을 안 주는게 맞는 시기와 선택권을 주는게 좋은 시기, 선택권을 주는 방법을 달리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첫째는 이미 지난 후여서 어쩔 수 없지만 둘째는 내가 생각한대로 키우고 있다.
아이를 키우며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된 사실을 공유해서 다른 엄마들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 글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의 생각과 육아관이 정답은 아니지만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선택권이 하나 더 생기는만큼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이는 한국나이로 표기됨
아이에게 옵션을 주지 않는 시기다.
부모가 보고 아이에게 더 좋은 방향을 제공해주면 되는 시기로, 아이에게 "이거할까~ 저거할까?"라는 질문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라고 본다.
어떤 육아서에서는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위한 최고의 선택을 알고 있을거라는 생각에 부모를 믿고 따른다고 한다. 그런 부모가 아이에게. 선택권을 제시하면 오히려 아이는 헷갈리고 우왕좌왕한다는 글을 본적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기도 하고, 아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인만큼 그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건 "선택권을 줌으로써 생기는 갈등 요소를 만들지 않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상식"이란 선이 없다.
선택의 기준은 무조건 "나"와 "나의 기분", "나의 욕구"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계속해서 주다 보면 아이는 어느 순간 부모가 제시하는 것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한다.
문제는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전체 상황을 볼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원하는걸 해주고 싶은 마음에 백번 양보해도 "이건 안된다"가 있는데,
이 순간 아이를 설득할 수 없다.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가 제시한 선택권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는 사인으로 오인한다.
부모가 제시하는 선택권 중에 자기가 고르면 무조건 할 수 있었는데, 부모가 제시하는 선택권 외에 자기가 원하는 걸 제시했을 때는 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을 용납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가뜩이나 힘든 육아가 더 힘들어진다.
불필요한 싸움은 만들지 않는게 좋다.
이 시기에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기 보다는 부모가 생각했을 때 베스트 대안 하나를 하도록 부드럽게 지시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아이에게 마치 다른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느끼지 않도록 말투와 전달 방법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지 입어볼까?"가 아니라 "우리 오늘 밖에서 편하게 놀아야 하니까 바지 입자!"가 아이에게 부모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의 주의할 점은 부모가 무언가를 제시할 때 선택권이 아닌 베스트를 제시하라는 뜻이지, 아이가 하고 싶다는 의욕과 의사를 꺾으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자아가 생기고 어느 정도 말로 자기 표현이 가능한 4~5살부터 슬슬 선택권을 주기 시작하면 좋다.
하지만 이 때도 아이와의 마찰을 줄이면서 현명하게 선택권을 제시하는 방법을 알아두어야 한다.
처음부터 폭넓게 아이에게 "어떻게 할래?",
"뭐하고 싶어?"라고 질문하면 안된다.
부모로부터 "어떻게 하고 싶어?",
"우리 뭐할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이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엄마 아빠가 다 들어줄 수 있나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부모가 예상하고 준비한 범위를 벗어나기 쉽상이고, 이는 아이에게 거절로 다가온다.
4살~5살이면 어느 정도 상식과 도덕성은 생겼지만 아직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더 강한 아이에게 부모의 이성적인 말은 들리지 않는다.
이 시기에는 2~3가지 선택권을 제시해주는게 좋다.
그 중에서 고르도록 하는게 아이와의 싸움을 줄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오늘 외식할건데 뭐 먹고 싶어?" 보다는 "오늘 밖에서 밥 먹을건데, 파스타 먹고싶어? 아니면 자장면 먹고싶어?"라고 제한된 선택권을 제시해주는게 훨씬 좋다.
아이가 말한 음식점이 오늘 문을 안열었을 수도 있고, 아이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겠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애초에 가능성을 부모가 확인하고 가능한 옵션을 2가지 정도 제시하는게 맞다.
그러면 아이도 자기가 원하는걸 골랐다는 생각에 만족스럽고, 부모는 아이가 선택하게 옵션을 준데다가 돌발 상황과 마찰을 없앨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방법이다.
만약 부모가 제시한 방법들 모두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경우에는 제한점과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함께 대안을 찾아야 하는 일은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된다.
아이와 상의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결국 아이는 부모가 제시한 선택권 중에서 결정해야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거라는걸 알고 있다.
부모가 제시한 선택권 중에서 고르긴 했지만 스스로 정했음에도 아이 마음에 썩 들지 않을 경우 아이가 받아들이고 괜찮아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들이 선택하고 자신이 한 선택에 책임지는 이 과정 자체가 익숙하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 있는만큼 처음부터 어른처럼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
그러니 아이들이 실수하고, 엄마 아빠와 싸움이 일어난다 해도 답답해 하거나 아이 자신을 나쁜 아이로 느끼지 않도록 말과 행동, 즉 반응에 신경써야 한다.
6살쯤 되면 4살부터 자기에게 제일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연습, 자기 선택에 대해 책임져보는 경험들이 쌓인 후의 시기이다.
그래서 선택권의 갯수를 조금 늘려보는 걸 추천한다.
또는 아이가 생각하는 더 좋은 선택권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다.
가끔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지 못한 좋은 답안을 내놓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자기 생각에 신뢰가 생기고,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라는 인식이 생긴다.
이런 신뢰는 사춘기 시기에 부모에게 허심탄회하게 상의하고 의견을 묻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훌륭한 씨앗이 된다.
주의할 점은 아이에게 다른 선택권을 물어본 만큼 아이가 내놓는 의견을 실현가능한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태도다.
비록 아이의 의견대로 되지 않더라도 아이는 알고 있다.
부모가 자기의 이야기를 무조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 겉핧기 식으로 듣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다.
아이는 진심으로 자신의 의견에 귀기울여 듣고, 어떻게 해서든 자신과 부모가 서로에게 좋은 선택을 하려 노력하는 부모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느낀다.
이 시기부터는 아이의 의견에 비중을 더 많이 두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 부모가 제시하는 선택권이 오히려 제한을 두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안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모는 간단히 오늘 선택해야 할 주제나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제시하고 아이의 의견을 먼저 묻는 것이 좋다.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가 제시하는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할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계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아이 입장에서는 계속 거절당하는 상황에서 참신한 의견을 부담없이 던질 수 없다.
오히려 눈치만 열심히 살피는 아이가 되거나, 자기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무관심한 태도로 행동할 수 있다.
가끔은 아이가 내놓은 의견이 현실에서 먹히지 않을 걸 알면서도 모르는척 함께 실행해 보는 센스도 필요하다.
결국 아이가 제일 많이 배울 수 있는 때는 직접 시도하고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걱정과 불안함으로 아이가 현실에서 배울 수 있는 진짜 배움의 기회를 빼앗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