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완벽주의 엄마라서
따지고 보면 참 신기한 인연이다.
산후조리원에서 하루 이틀 차이로 같이 입소해서 딱 2주간 일상을 같이 했던 엄마들. 조리원 입소 그전에 30년 넘게 아무것도 서로 공유하는 것이 없었던 생판 남인 사이들인데 퇴소하자마자 그 어떤 절친 보다도 더 끈끈하고 친밀한 베프들이 되어서 한 3년 가까이 서로 왔다 갔다 하며 같이 전쟁, 아니 육아하는 동지들이 되었다. 나랑 같은 나이의 친구 1명, 그리고 언니들 3명이다. 나 포함 5명.
물론 그 이후에 아이들이 크면서 각자 동네에서 기관에 다니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하면서 아기 키울 때처럼 계속 만나고 연락했던 건 아니지만 아직도 연락은 서로 하고 지낸다.
수많은 장소와 시간 속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인생을 스쳐 간다. 몇 년씩 알고 지내던 사이라도 대부분 헤어지는 순간 잊힐 만큼 삶은 너무 바쁘다.
그런데 그 2주간 어떤 일이 있었길래 13년이 지난 지금도 몇 년 만에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은 사이가 되었을까? 이제는 아기를 키우는 정보 공유도, 육아고충 나누기 수다 폭발 시간도, 아기들 친구 만들기, 같이 문화센터 다닐 멤버 구하기도 필요 없어졌는데도 말이다.
물론 남편도 있고, 친정 엄마도 있고, 병원 의사와 간호사, 조리원의 숙련된 선생님들 다 있지.
있지만 그 사람 들은 어디까지나 조력자인 거고 무인도에 떨어진 당사자는 막 엄마가 되어 헤롱헤롱 정신 못 차리는 같은 산모들 뿐이었다.
다행히 나와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이 옆에 있어서 분만 후에 며칠 동안 앉고 서는 것도 불편할 만큼 아파도 아~원래 다들 아픈 거구나 했고, 갑자기 젖이 무섭게 퉁퉁 붓고 딱딱해져도 아~ 원래 처음에는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했다. 우리 아기만 젖 먹다 자꾸 자는 거 아니고 옆에 아기도 그러네? 했고, 오늘은 누가 누가 유축 열심히 해서 모유를 많이 모아서 수유실에 가지고 왔냐고 서로 물어봤다. 그때는 젖이 잘 나오고 많이 나오는 사람이 최고였다.
이제는 각자 다른 동네에서, 초등 6학년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각자 다른 일상을 보내는 우리들.
며칠 전 단체톡으로 올해 가기 전에 한 번 꼭 보기로 했다.
그동안 다들 어떻게 지냈을까? 어떤 엄마가 되어있을까? 작은 수유실 한 칸에서 옹기종기 엄마 젖에 달라붙어 쪽쪽 거리던 볼 빨간 아기들은 다들 얼마나 많이 컸을까? 어떻게 자랐을까?
두근두근.. 오랜만에 폭풍수다 예감. 에너지 풀로 충전해 놓고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