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완벽주의 엄마라서
그렇~~~~~~~게 임신했다고 나는 강아지만 귀여운데 이제 어쩔 거냐고 난리를 치더니 막상 내 속에서 나온 아기를 만나고 나니, 아기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말들과 엄마의 말이 진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반짝거리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명체라는 것! 저절로 강력하게 무조건 첫눈에 사랑에 빠질 거라는 것!
그렇게 찐한 사랑?(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 되는)의 감정은 처음 느껴 보는 것 같았다.
부모님께 느끼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사랑이나, 연애할 때 애인에게 느끼는 가지고 싶은 사랑과는 차원이 다른. 어쩌면 사랑이 아니라 본능? 같기도 한 희한하게 강력한 감정.
태어난 지 1일 되는 꼬물이를 보니 '행복하고 기쁘다'라는 감정과 '오늘이 지나면 태어난 지 1일 되는 우리 꼬물이는 영영 못 보겠구나' 하는 슬픔까지 느껴졌다. '내일은 태어난 지 2일째 되는 꼬물이를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위안과 설렘까지도.
이건 꼬물이를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데려오고 쓰기 시작한 육아일기에서 찾은 '행복일기' 한편이다.
눈에 핑크 핑크 필터가 완전히 씌어서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보였고, 말 그대로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엄마라는 또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나.
이제 딸이기만 했던 나에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한 아기의 엄마가 되었다. 나를 닮은 사랑스러운 예쁜 아기. 이렇게 무사히 예쁘게 우리에게 와준 꼬물이.
고맙다는 말도, 감동적이다라는 말도, 행복하다는 말도 부족하게 느껴진다.우리고 절대 끊어질 수 없는 생명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말도, 든든하다는 말도 부족하게 느껴진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에서 사랑의 열정으로 연인이 되었고,평생을 약속하며 부부가 되었고, 이제 우리 둘의 피와 유전자를 섞어 생명을, 살아 숨 쉬는 증거를 얻었다.
신은 나를 너무나 사랑하고 너무나 아끼시나 보다. 이런 세상을 만나게 해 주셨으니.. 세상에 태어난 게 너무 좋다!!꼬물아, 엄마랑 아빠랑 이렇게 행복하게 해 줘서 고마워.우리 딸아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주면서 너를 행복한 사람으로 잘 키울게.
나는.. 믿는다. 새 생명을 만들고 몸속에서 기르고 고통을 견디며 낳고 앞으로 몇십 년 키우며, 내가 성장하고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될 거라는 것을. 그리고 나와 남편이 더 단단하게 묶이고 더 서로를 사랑하게 될 거라는 것을.
한 시간에 한 번씩 나를 찾아 새빨간 찐빵 같은 얼굴로 울어대고 내 품속에 파고들어 젖을 쪽쪽 빨아먹고 그러고 난 뒤엔 세상에 아무것도 부러울 것, 무서울 것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편안하게 잠드는..이 아기는 나에게 일어난 가장 소중한 기적이다. 나는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아기는 철없는 엄마에게 다른 인간들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나의 행복 외에는 별로 관심 없던, 어쩌면 무심했던, 냉랭했던 나에게.
앞으로 당분간 내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읽고 싶은 책, 하고 싶은 공부, 해야 하는 작업, 외모 꾸미고 가꾸기 등등 내게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아기에게 쏟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시간들도 올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자. 항상 감사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다 해서 하루하루를 보내자. 내 아기를 위해서, 내 남편을 위해서, 나 자신을 위해서.
응 맞아, 완전 다 맞는 말이야, 이때도 다 알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