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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Nov 17. 2021

꾸준함의 힘

<글쓰기로 부업하라> 감상문

그리 오랜 삶을 산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나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초등학생 때는 전자제품이나 전기에 관심이 있어서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고,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기 전에는 뜬금없이 바둑에 빠져 바둑 프로기사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생 때는 로봇 동아리에 들어가 코딩을 배웠고, 그 이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서 대학교에 입학할 때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다. 그것도 잠시, 대학 생활 중 흑인 음악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는데, 작사와 랩에 매력에 빠진 나는 래퍼가 되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군대에 입영하게 되고, 넘치는 시간에 수많은 고민을 했다. 음악으로는 먹고살기 힘들 것 같다고 판단되어 전역 후에 나는 다시 학업에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일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음악도 했다가, 그림도 그렸다가, 디자인도 했다가, 그렇게 어영부영 살다 보니 어느새 대학교 졸업장을 취득했다. 


“뭐 해 먹고살지?” 지난 몇 년간 내 머릿속을 지배하던 생각이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특별하게 잘하는 것은 없다는 말과 같다. 내가 잠시나마 몸담았던 분야에 관해서는 일반인보다 더 잘 알고 더 잘하기도 했지만, 그 분야에 집중한 전문가들보다는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보면 의욕이 사라지곤 했다.


요즘에는 막연히 글을 쓰고 있다. 이런저런 일을 해보면서 ‘나는 역시 무언가 창작을 하고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잘 안 된다. 올해 초에 세운 목표는 전혀 이루지 못했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마음속에 늘 번뇌가 일렁인다. “글로 먹고살 수 있을까?” “전공을 포기하는 게 맞을까?” 그런 고민 옆에는 나를 유혹하는 것들도 있었다. 술과 게임은 내 의지를 꺾는 데 한몫했다.

 

지금까지 내가 거쳐온 일들은 돈을 썼으면 썼지 벌지는 못했다. 졸업하고 이제 한 명의 성인으로서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게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혹해서 읽기로 했다. 글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책의 초중반부에는 보고서나 독후감같이 즉각적으로 용돈 벌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내가 원한 내용이랑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반부를 지나면서 무언가 실마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실마리는 ‘꾸준함’이다. 


전주양 작가는 용돈 벌이를 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목적이 무엇이었든 간에, 몇 년간 꾸준히 글을 쓴 결과물은 모두 작가에게 돌아왔다. 글이 수천 장 쌓였고, 글을 쓰는 수준도 상당히 올라갔다. 독서를 통해 지식이 늘었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제는 돈을 목적으로 두고 글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목적이 있든지 간에 전주양 작가가 나보다 훌륭한 작가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나보다 글을 잘 써서가 아니다. 나보다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니다. 나보다 유명해서가 아니다. 전주양 작가는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나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물은 다른 말로 하면 꾸준함이다. 


꾸준함. 그게 나에게 가장 부족했던 것이리라. 여러 가지 일을 해보려고 했지만,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한 것이 없었다. 작업물들을 만들고, 반응이 없다 싶으면 쉽게 포기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누군가의 눈에는 웃겨 보였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수십 년간 일을 하고 빛을 보는데, 나는 몇 개월, 길어야 몇 년 만에 성과를 얻으려 했다. 조바심과 불안감을 덮을 수 있는 꾸준함이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꾸준함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동기부여다. 전주양 작가는 소소하게 용돈을 벌면서 동기부여를 얻었다. 나에게는 목적이 없으니 동기부여도 없었다. 그래서 목적을 갖기로 했다. 원래 올해 초에 세운 계획은 소설책을 출판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실패한 원인을 돌이켜보니 현재 내가 넘기에는 너무 높은 목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목표를 낮추었다. 매일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자. 창작물이 아니어도 좋다. 요즘 책을 많이 읽으니, 전주양 작가처럼 독후감을 써서 올려야겠다. 당장에 오늘 읽은 <글쓰기로 부업하라>의 감상을 올리자.


그렇게 뭐든 글로 써보기로 했다. 블로그에 글이 50개도 되지 않는다. 천 개, 만 개는 써보고 나서야 내 가능성을 논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부족한 것은 꾸준함이었다. 그 꾸준함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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