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한뼘 산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민 Dec 10. 2021

기록의 의미

2년 전 퍼진 전염병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요즘 다시 기승을 부린다. 집에만 콕 박혀있는 생활이 적응되나 싶었는데, 이따금씩 전염병 이전의 삶이 생각난다. 매일같이 친구들과 술 마시며 놀던 때가 그때는 영원할 줄 알았다.


종종 구글과 컴퓨터에 백업해 놓은 사진들을 훑어본다. 셀카, 풍경, 음식, 다양한 사진들이 있다. 누군가는 먹기 전 사진 찍는 행위를 호들갑스럽다고 하지만, 사진만큼 간단하고 직관적인 기록이 없다. 더군다나 요즘은 휴대용 카메라도 필요 없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된다. 기록은 추억이다. 아무 생각 없이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면, 그때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놀았는지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일기도 훌륭한 기록 수단이다. 나는 일기를 쓸 때, 무엇을 했는지 뿐 아니라 평소에 떠오르는 여러 잡념들을 주저리주저리 적어댄다. 그러다 보면 글 쓰는 시간이 길어질 때가 있다. 나에게는 일기가 꽤 노동이어서 사실 자주 쓰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만큼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안다. 머릿속 난잡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도 있고, 가끔 돌이켜 보면 또 새롭게 배우는 게 있기도 하다. 이 글도 기록을 보다가 기록에 대한 영감이 떠올라서 쓰게 됐다.


나는 일생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초인이 아니기에 사진과 펜으로 그런 내 부족함을 채운다. 역사는 유한자(인간)가 무한자(신이나 자연, 우주 등 초월적인 것)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이마누엘 칸트가 말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지금이다.’ 내가 자주 떠올리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에 산다. 과거나 미래에 살지 않는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과거와 미래는 없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기록을 하면 과거에 의미가 생긴다. 수많은 과학자, 수학자, 철학자, 예술가 등이 기록하지 않았다면 우린 그들의 존재를 몰랐을 것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우울해지는 요즘, 기록으로 위로를 받아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냥꾼과 제사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