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도 습관이다> 감상문
나는 고질적인 게으름을 가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생산성 없이 보내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를 느끼지만 고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을 하던 중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게으름도 습관이다> 책 제목부터 나에 대한 이야기임을 느꼈다.
이 책을 집필한 최명기 작가는 정신과 전문의이다. 정신과 전문가의 입장에서 ‘게으름’이란 것을 심리학적,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설명한다. 게으름을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보다 게으른 행동이 ‘왜’ 발생하는지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 이점이 여타의 자기 계발서와 구분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1장은 감정에 대한 내용이다. 불안감, 의욕 상실, 분노, 예민함, 외로움, 동기 부족 등이 1장에 해당한다. 이 단락을 읽으면서 굉장히 놀랐다. 거의 대부분이 나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마치 작가가 나의 삶을 감시라도 한 것처럼 내 사적인 모든 감정이 까발려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을까?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게으름이, 더 나아가 불안감이나 우울감 같은 감정들이,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적잖은 위로가 됐다. 누구나 감정의 요동은 있다. 그 감정의 요동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잘 조절하느냐에서 게으른 정도가 결정된다.
2장은 감정 이외의 장애물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스물일곱까지 다른 사람들이 사는 대로 똑같이 살아왔다. 중간에 음악이나 디자인 등의 다른 일을 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어 포기하고 학업에 집중했다. 대학 졸업을 하면 달라질 줄 알았다. 졸업 후에는 자유로워져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졸업을 하고 나니 막막함이 앞섰다. 커다란 벽에 가로막힌 듯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글을 쓰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짧은 글을 쓰고 만족했다가 큰 반응이 없으면 의욕이 떨어졌다. 그런 상황은 앞서 나열했던 감정의 요동을 불러일으켰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최명기 작가는 그런 나의 행동이 ‘조급함’과 ‘목표 이후의 나태함’ 때문에 발생했다고 한다. 게으름의 원인을 꿰뚫고는 친절하게 조언까지 덧붙인다. 사람들은 모두가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르다. 그에 따라 세워야 할 목표도, 목표에 다가가는 속도도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목표는 타인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자신만의 속도로 한 발씩 나아가야 한다. 게으른 것과 느린 것은 같지 않으니 말이다.
3장은 부지런해지기 위해 해야 하는 행동들에 대한 내용이다. ‘SNS를 멀리하라’, ‘일단 시작하고 일단 끝내라’처럼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던 말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자기 효능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여기서는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자기 효능감은 수행 성취, 대리 경험, 언어적 설득, 정서적 각성, 총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직접 경험해보는 수행 성취가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자전거를 배울 때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발을 굴러보면, 어느새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지지 않는다. 이처럼 무엇이든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당장 부지런한 사람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동치던 선박의 방향키가 조금은 제자리로 잡히는 느낌이 든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게으름’이, 나의 불안정한 감정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 자체가 큰 수확이었고 큰 위로였다. 나를 바꾸기 위해서는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최명기 작가의 책이 더 많았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게으름도 습관이다>는 나처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