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rotisme
"에로티즘 그것은 죽음까지 인정하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서 이것은 에로티즘의 정의는 아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에로티즘의 의미를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정의가 문제라면, 번식 차원의 성행위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에로티즘도 번식의 특수한 한 형태이므로, 번식에 목적을 둔 성행위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성 동물의 공통된 행위이다. 그러나 유독 인간만은 성행위를 에로틱한 행위가 되게 했는데, 단순한 성행위와 임신에 대한 생각이나 번식 등 자연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심리적 추구로서의 에로티즘을 구분하게 해 주는 것은 바로 그 점이다. ... 일반적으로 철학의 오류는 생명을 멀리할 때 비롯된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서는 안심해도 좋다. 나의 고찰은 생명과 아주 밀접하게 관계한다. 나의 고찰은 번식 차원의 성행위와 관계한다는 말이다. 나는 에로티즘은 번식과는 대비된다고 말했다. 에로티즘이 목적으로서의 번식이나 에로틱한 유희와는 무관하게 정의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번식에 대한 기본적 의미 파악은 에로티즘을 푸는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에로티즘 p.11
"금기는 무엇보다도 일상의 폭력을 저지할 필요에서 생겨난 듯하다. 그렇다면 폭력이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폭력에 관한 한 단번에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으며 내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폭력의 다양한 양상이 개진되고 나서야 통일성 있는 금기의 의미 파악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곤경에 빠지는데, 그것은 근본적인 것으로 보이는 금기들이 아주 대립적인 두 영역에 동시에 관계하기 때문이다. 죽음과 번식은 사실 긍정과 부정만큼이나 대립적인 것들이다. 원칙적으로 죽음과 출생은 정반대의 것들이면서도 그 대립성은 제거가 가능하다. 죽음은 다른 것의 출생과 관계가 있다. 하나의 죽음은 다른 하나의 출생을 예고하며, 전자는 후자의 조건이다. 생명이란 다른 생명의 부패의 산물이다. 생명이란 결코 죽음을 벗어날 수 없다. 죽음은 빈자리를 남기며, 죽음에 따르는 부패는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는 데 필요한 물질을 순환시킨다." -에로티즘 p.63
"고립된 개체를 지속시키려는 의지와 연속성 속에 찢기고, 갈피를 못 잡는 존재의 팽창 사이의 대립은 변화 속에 다시 나타난다. 위반의 가능성은 약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경의 가능성은 더 활짝 문이 열린다. 에로티즘이 쓰레기 더미에 던져진다고 해도 타락의 길이 아무것도 찢지 못하는 이성정인 성행위가 갖는 중립성보다는 차라리 백배 낫다. ... 우리가 유혹을 느낀다면, 누구나 알다시피 그것은 우리의 내부에 이미 새겨진 경계 초월의 의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는 경계선을 뛰어넘고 싶다. 그때 느껴지는 공포는 우리가 이르게 될 극단을 의미하며, 그런 앞선 공포가 없이는 우리는 극단에 이를 수도 없을 것이다. 만약 어떤 남자가 얼마나 완벽하게 아름다운지 동물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여자를 더 탐낸다면, 그것은 그 여자를 소유할 때 동물적인 더러움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더럽혀지기 위해 욕구되는 법이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욕구는 아름다움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확실히 더럽힌 후에 오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이다." -에로티즘 p.160
"마치자면, 총체적인 문제를 다루는 철학은, 가능하면, 금기와 위반의 역사적 분석에서 새 출발해야 할 것이다. 철학은 그것들의 기원에 대한 비판을 근거로, 거기에 반박하면서, 다시 말해 철학을 위반하면서, 존재의 정점을 건드려야 할 것이다. 존재의 정점은 오직 위반의 충동(의식의 전개에 근거한 사고가 노동에 힘입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노동에 종속될 수 없음을 알기에 마침내 노동을 초월하려는 위반의 충동) 안에서만 그 온 모습을 드러낸다.” -에로티즘 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