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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YE Dec 12. 2022

<시적인 커피> 홍윤기 임차인 이야기

띵당의 임차인 인터뷰


왕십리 주택가의 오래된 상가들 사이로 좁은 골목이 있습니다. 골목 안에 있는 무채색의 가게에서는 문 사이로 기분 좋은 커피 향이 흘러나옵니다. 이곳의 이름은 <시적인 커피>. <시적인 커피>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벽 한쪽 가득 붙어 있는 여러 장의 메모들과 책장 가득 꽂혀 있는 책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 차린 카페


"어린 시절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놀아서 가장 마음이 가는 곳이었어요. 가게를 차린다 생각했을 때 바로 떠오른 동네였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마음이 간다는 이유로 결정한 것은 아니에요. 주변 상권과 거주민들의 나이대를 봤을 때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수요나 독립 서점에 대한 니즈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경쟁력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적인 커피> 근처에 키테넌트*가 되는 상가가 아직은 적다고 생각해서 잘 아는 곳에서 키테넌트가 되고자 했습니다."


* 키테넌트 : 상업 시설 혹은 쇼핑몰 등에서 고객을 끌어 모으는데 핵심이 되는 대표 점포



책을 파는 카페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홍윤기 임차인은 <시적인 커피>를 화려한 대형서점 같은 느낌이 아니라 헌책방 같은 포근하고 안락한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시적인 커피>라는 이름만큼이나 글과 커피 둘 다 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매일 직접 내려주는 개성 있는 핸드드립 커피들이 종류가 계속 바뀝니다. 원두 종류뿐 아니라 날씨나 원두 상태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그에 맞게 추출을 달리하여 언제나 가장 좋은 맛을 찾아내어 드린다고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원두들을 보고 있자면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개개인의 기호에 맞게 추천해주는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다 보면 금세 친근해집니다. 맛있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커피의 풍미를 편하게 즐기고 다 마시면 아쉽고. <시적인 커피> 안에서 모든 것과 친해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새로운 것은 환영받고, 익숙한 것은 사랑받는다


홍윤기 임차인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는 환영받는 것보다 사랑받는 것을 택했습니다. 많지 않은 좌석들, 오래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옛 것의 괘종시계, 많지는 않지만 정성스럽게 큐레이팅 된 책들로 채워진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엿보이는 책장, 에스프레소 머신 없는 커피 바에서 흘러나오는 향긋한 커피 향.



"제가 생각하는 감성적인 공간은 지금 사람들이 찾는 곳들과는 많이 다르긴 해요. 저희 매장에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라거나 먹음직스럽게 꾸며 놓은 디저트와 음료들이 있진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 시적인 커피를 방문했을 때 자기 안의 응어리진 것들을 발견하고 되짚어가면서 본인도 몰랐던 내면의 상처나 희망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도와주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장치들을 많이 설치해놨어요. 굳이 단어를 찾자면 감성적이기보다 서정적인 공간인 거죠. 소수의 인원들이 책을 즐기고 커피를 마시면서 저랑 대화하다 보면 또 옆에 앉은 손님과도 대화할 수 있어요. 저는 제가 내린 커피를 손님들이 즐겨 주셨으면 하고, 그러면서 저와 대화하는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손님과 손님끼리 친해지는 것을 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고민 있다며 상담 청해 오기도 하고 혼자 조용히 끄적이다가 가시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보러 와주세요. 제가 생각하는 감성적인 공간이란 이런 공간입니다."



사랑방 같은 <시적인 커피>


홍윤기 임차인이 생각하는 디테일이 하나하나 모여 편안함과 안락함이 있는 <시적인 커피>가 만들어졌고 그 증거로 이곳은 단골손님이 주를 이룹니다.


"이 공간은 저 자체도 손님들과 대화하기가 편하고 좋아요. 그래서 손님과 손님끼리의 대화도 자주 시도해 보는데 그것도 잘 되더라고요. 매장이 제가 생각했던 의도대로 흘러가서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카페라는 공간은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서 시작한 공간이 아니라 예술가나 정치인, 문인들이 모여 교류하며 한 주제에 대해 깊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에서 시작된 것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시적인 커피>도 교류의 장 같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손님들끼리 저 몰래 어느새 친해지고 저와 시적인 커피가 매개가 되어 사람들이 와서 공간과 마음을 채워주는 따뜻한 하나의 셰어 공간처럼요. 매장의 기획 의도에 맞는 이런저런 소모임을 기획했었는데 오픈과 동시에 코로나가 시작되어 거의 진행해 보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여기 신천지 전도방 아니냐는 민원도 돌아왔고 나중에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되기도 했는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커피나 독서에 관련된 모임들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따로 소모임들을 진행하시고자 할 때 저희 공간을 찾아 주시는 것도 언제든 환영이에요."



일단 큰 원칙은 일상에 분주하면서 거리를 둘 수 있을만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공간을 안락하고 친근하게 꾸며 놨다고 하더라도 상권의 분위기나 오시는 손님들의 성향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되거든요. 같은 취향을 공유할만한 사람들의 유입이 쉬울 수 있는 공간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왕십리를 떠난다고 한다면 서촌이나 후암동 같은 잔잔하면서도 젊은 층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서 더 많은 책과 원두를 소화할 수 있으면서 작은 소모임을 진행하기에도 충분한, 지금보다는 조금 넓은 공간을 원해요. 유행보다 저 개인의 취향을 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얼핏 보기에는 보잘것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가능성을 봐주시고 인터뷰를 제안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지금 가져다 둔 책과 원드들 외에도 더 많은 취향들을 보여드리고 소개하고 싶었는데 좋은 계기가 생긴 것 같아 기뻐요.




*본 콘텐츠 저작권은 띵당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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