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당의 임차인 인터뷰
상담실이 있는 서점,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정지혜 임차인은 서점에 상담실을 만들었다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요? <사적인 서점>. 그 이름만큼이나 사적인, 서점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적인 서점의 시작
"저는 홍대 땡스북스에서 일했었어요. 땡스북스는 큐레이션 서점 문화가 생긴 시초 격이었죠. 그곳에서 일하면서 책을 고르지 못하는 손님과 얘기를 하게 됐는데, 책을 추천해주다가 서로 교감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좀 더 밀접하게 책을 추천해드릴 수 있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너무 보람되고 동시에 이 일이 잘 맞는다 생각 됐습니다. 그래서 손님들과 더 교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어떻게 교감할까 하다가 덴마크에 관한 책을 보게 됐습니다."
"국민 모두가 주치의가 있다는 것이 책의 내용이었는데, 독서도 주치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처방이라는 아이디어도 여기서 가져왔고요. 또 참고가 됐던 곳은 제가 자주 다니는 미용실이었습니다. 상수의 장싸롱이라는 1인 미용실인데, 이 미용실처럼 서점도 1인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한 사람을 위한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제공해 보고 싶었던 거죠."
사적인 서점의 특별한 점
이곳의 책들은 표지에 책 제목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책 제목 대신 "나이 들어가는 즐거움을 알고 싶은 당신에게 - 그 여자", "슬픔을 잘 다루고 싶은 당신에게", "나만의 작은 가게를 열고 싶은 당신에게 - 기본 편", "좋아하는 일이 권태로워진 당신에게"등과 같은 글귀가 써져 있습니다. 만약 "내 기분이 이런데 도무지 어떤 책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느낀다면 이런 글귀를 보고 어떤 책을 찾아야 할지 좀 더 수월해질 겁니다.
사적인 서점 시즌1
2016년 사적인 서점은 홍대의 산울림 소극장의 바로 맞은편 길목에 있는 건물 4층에 입간판 하나만 세워져 있던 서점으로 시작했습니다. 100% 예약제로 프라이빗하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완전한 1인 맞춤형 서점의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적인 서점은 제 자신이 가장 즐거울 수도 있고 저라는 사람이 있는 곳이 비로소 사적인 서점이 되기에 지속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운영하는 방식이 저답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즐거워야 하고 그래야 지속 가능하게 되는 거죠. 이 세 가지의 밸런스를 잘 지키면서 운영하고 싶어요. 그래서 여러 형태로 사적인 서점을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적인 서점 시즌2
시즌1이 폐쇄적이었다면 시즌2는 개방된 곳에서 사람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 유동인구가 있는 그런 곳에서 진행해 보고자 하는 것이 정지혜 임차인의 생각이었습니다. 이때 교보문고에서 먼저 제안을 줬다는군요.
"시즌1과 시즌2를 해보니 사적인 서점의 이름에 맞게 좀 더 프라이빗하고 폐쇄된 공간에서 하는 것이 좀 더 사적인 것과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즌1에서는 가구에도 신경 많이 썼는데 지금 이곳도 디퓨저나 조명 음악의 분위기 등 여기 오는 분들이 릴렉싱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나도록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힘들지는 않을까
"사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많은 책을 처방하면서 힘든 부분보다는 제가 보람을 느끼고 배우는 부분들이 훨씬 더 많아요.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기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그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직업이라 그럴 때 오는 보람이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사적인 서점을 오시는 70% 손님들은 고민 상담을 해옵니다. 제가 적당한 타인이라 고민 말하기가 훨씬 편한 거겠죠."
"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책 한 권을 읽는 것처럼 느껴져요. 사람마다 각자의 스토리가 있잖아요. 스토리를 알아가는 것이 너무 즐겁고 그때 제가 처방해 드리는 책을 읽고 기분이 나아지는 고객들을 볼 때 저는 너무 보람차요. 그리고 저도 같이 성장해요. 새로운 자극이 되거나 공부가 되고 편견이 깨지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너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람들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된 것도 너무 감사해요. 그들에게 의미 있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저는 매우 만족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오히려 많이 힘들었어요. 사적인 서점은 아무래도 오프라인을 지행하고 있으니 언택트 시대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죠. 사적인 서점을 온라인으로도 하고 있어서 이 부분에서 정말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저희는 책과 독자의 관계를 좀 더 밀접하게 하고 싶어서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하면 스태프들이 간단한 인사나 책의 내용 등 짧은 엽서를 써서 보내드리거나 정기구독 서비스로 믿을만한 작가가 엄선한 책과 글 한 편을 보내는 "월간 사적인 서점" 서비스도 만드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문화가 되는 공간
사적인 서점의 책 처방사는 정지혜 임차인 외에도 하현 책 처방사님, 이미화 책 처방사님이 계십니다. 어떤 분은 비대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신청서를 쓰면 그걸 보고 책을 택배로 보내드립니다. 한 분은 책과 함께 영화도 처방해 줍니다. 서점이 생기면 그곳은 문화가 됩니다. 동네 분위기에 맞게 어떤 서점이 있느냐에 따라 동네 색깔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그 문화를 즐기러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고 그렇게 키 테넌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사적인 서점도 그런 점에서 키 테넌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니, 하고 있는 중입니다.
시즌3을 한다면 문화공간이 많은 동네의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운영하고 싶어요. 근처에 빌딩숲보다는 초록숲이 있거나 나무가 크게 보이는 곳, 1층보다는 2~3층의 공간 자체에 힘이 큰 곳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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