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YE Jan 18. 2023

<충무공> 강현준 임차인 이야기

띵당의 임차인 인터뷰



충무공 카페에는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문구가 있습니다. "충무공은 우리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공간입니다. 잊고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자 합니다." 이 문구를 보면 커피가 아무리 일상적인 것이라고 해도 이곳을 만든 사람의 마음만큼은 결코 쉽지 않았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무려 충무공 이순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이가 한 명도 없는 이순신 장군의 호를 카페 이름으로 쓴다는 것은 오히려 카페 이름으로는 반감이 일어날정도로 위험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감을 뜻하는 선택이기도 하죠. 들어가기 전부터 웅장하게 펄럭이는 깃발에서 예상했지만, 그 안은 더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충무공 그 이름 한 글자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진심으로 와닿기에 이미 눈은 이리저리 굴려 구경하기 바쁩니다.



이곳은 브랜드 콘셉트에 진심인 곳입니다. 거북선 카운터, 짙은 바다색의 벽과 천장, 바닥에 일렁이는 물결효과. 거북선 용머리의 브루잉바와 주변의 미술들이 송리단길의 명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메뉴판도 일관된 콘셉트를 유지합니다. 충무공, 거북선, 한산도대첩, 백의종군 이렇게 네 가지 원두가 그에 맞는 스토리까지 갖고 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커피



거북선은 실제 거북선을 보면 느껴지는 것처럼 개성이 분명한 커피를 취급합니다. 한산도 대첩은 학익진 전술처럼 생두 생산 과정이 현대 과학기술에 접목되어 있는 커피입니다. 백의종군은 말 그대로 기본에 충실하여 단맛, 고소함, 구조감이 매우 좋습니다. 이렇게 커피 이름들이 특이하다 보니 메뉴를 고르는 손님들은 자신도 모르게 구글링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스토리를 가진 원두들이 이곳의 콘셉트를 더 확고하게 하여 풍미를 더합니다.



거북선 브루잉바를 지나면 모던하고 현대적인 감각의 공간들이 등장합니다. 그런 공간에 널찍한 창문에 돛이 연상되는 커튼 주름과 체인은 작은 디테일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포인트입니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역사의 무게감을 전달하면서도 현대적인 공간으로 재해석한 시선이 과감하고 대단합니다.



하지만 다시금 벽에 걸려 있는 명나라 화가가 그린 정왜기공도병(임지왜란 최후의 전투를 그린 병푼)과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 중 쓴 필사즉생 필생즉사를 보자면 마치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 박물관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왜 이순신이었을까


"전통적인 한국 콘텐츠를 시도해 보고 싶음과 동시에 제가 성향상 일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정확히는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일본 정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한국에는 일본적인 느낌이 나는 매장들이 곳곳에 많이 생기고 있어요. 외국인들이 왔을 때 우리나라를 돌아다니며 일본 같은 느낌을 받는 게 싫었습니다. 그에 맞는 경각심으로 충무공 이순신을 떠올렸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숙연해지는 마음이 들 정도로 한국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또 매력적이기도 했고요. 다양한 한국적 색깔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순신 장군, 그의 스토리, 거북선. 모두 표현하고 싶었고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카페 충무공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충무공은 6월 6일 오후 6시부터 6시 6분까지 6분 동안 현충일을 기리고, 8월 15일 오후 8시부터 8시 15분까지 15분 동안 광복절을 기리고 있습니다. 카페의 조도를 낮추고 음악 없이 시간을 보내며 그날을 기리는 것입니다.


충무공이 준비하는 것들


충무공 카페를 시작으로 로스터기부터 브루잉바까지 24시간 개방되어 있는 시설에서 구성원들과 자율적으로 학습, 연구, 토의하며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 위커피를 운영하며 커피를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바리스타라는 직업 자체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건 그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업계 내 인프라가 용이하지 않고 좋은 패러다임이 자리 잡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업계 초년생들이 성장하는데 여러모로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된 커뮤니티입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어떤 커피인이라도 의지만 있다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강현준 임차인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 개발자와 함께 로스팅 로그 프로그램인 파이어 스코프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데이터를 쌓고 결과를 예측하는 이 프로그램은 로스팅할 때 맛의 완성도를 높이면서도 보다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개인보다 함께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카페일지 몰라도 나 하나의 행동 변화로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고 있고요. 충무공도 그런 연결고리 일부에 있습니다.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작은 한 걸음일 수 있지만 분명히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그것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평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여러 번 생각하고 코어를 단단히 하여 준비 또 준비해 실행에 옮긴다는 강현준 임차인. 작은 디테일은 이때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들이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냐고 해요. 모두가 아닌 개인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더 쉽지 않겠냐고. 그런데 개인이 좋으려면 모두가 좋은 것도 맞잖아요. 띵당 플랫폼도 임차인 한 명 한 명 모이면 시장이 변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기 위해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 함께 걸어 나가요."


이런 게 변화의 시작이 아닐까요? 강현준 임차인은 현재 연속된 지점을 추가 계획에 있습니다. 카페, 커뮤니티 등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의미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상권이 활발하지 않아도 커피를 배울 때 편히 오갈 수 있는 교통편이 좋은 곳이었으면 합니다. 이미 위커피가 충무공과 함께 잠실에 있으니 다음에는 북서쪽이 어떨까 싶습니다. 커피 종사자들이 중앙이나 북서쪽에 많기도 하니까요. 거기서 위커피 2호점을 내고 싶습니다. 평수는 25평 이상의 좀 큰 곳이 좋겠군요. 저의 생각과 잘 맞는 임대인의 제안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 본 콘텐츠 저작권은 띵당에 있습니다.


* 임대인님! 임차인에 대한 상담은 띵당에 문의하세요. 임대인님의 비어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기다립니다.

* 임차인님! 나의 브랜드, 나의 경영철학, 내가 원하는 공간 등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카페 하동> 김다은 임차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