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YE Jan 30. 2023

<테이블 소사이어티 클럽> 권순규 임차인

띵당의 임차인 인터뷰


빨간 벽돌이 보이는 건물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여기저기 여러 갈래로 뻗쳐 있는 서울의 브루클린 성수동. 이 길가에 주택가구나 하고 그냥 지나치려다 은은한 오렌지색 불빛이 골목길 밖으로 새어 나와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습니다. 저곳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며 다가간 그곳에서 테이블 소사이어티 클럽이라고 써진 간판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성수동, 비밀스러운 곳의 식탁 사교 모임


다홍색의 네온사인 불빛을 뒤로 통유리창을 통해 비밀스러운 공간이 보이고, 통유리창 옆에 나 있는 통로에는 좁은 계단이 보입니다. 이 계단을 내려와 조심스럽게 문을 열면 나뭇결로 디자인된 퍼니쳐들과 예쁜 색의 아크릴 조명으로 포인트가 된 미드 센추리 모던 인테리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곳곳에 옛 아메리칸 감성도 느껴지고 가게 안의 잡지나 포스터가 재즈와 어우러지는 것도 묘한 재미가 있었죠.


인테리어가 위대한 개츠비를 연상하게 하는 즐거운 재미가 있는데 직접 하신 건가요?


전 어릴 때부터 예술에 대한 갈망으로 제 예술성을 실체화시키는 걸 즐거워했습니다. 음악, 그림, 사진, 글, 예술에 대한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진학을 할 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글이 좋은데 저의 글은 호흡이 짧거든요. 그러다 보니 카피 라이팅이나 워딩을 할 수 있는 광고 홍보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회사 생활에 적응 못하고 좀 더 자유로운 공간에서 저의 색을 보여주고 그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리고 공간에 저의 색을 녹여 테이블 소사이어티 클럽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공간이 마음에 드세요?


너무 만족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만족도가 꽤 좋았는데, 요즘엔 자꾸 욕심이 나서 가끔씩 공간을 다듬기도 합니다. 애정을 담아 만든 공간이라 일하는 것도 늘 즐겁고요. 전 처음 키 콘셉트를 아메리칸 다이닝과 소셜 클럽으로 잡았어요. 이것들은 60~70년대의 미국에 상징적이었던 것들이고 개인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좋아해서 통 창이 있는 상가를 찾았는데 운이 좋게도 이곳에 딱 있어서 바로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이 마주 보이는 파란 벽돌집들도 마음에 들고요.



테이블 소사이어트 클럽이라는 이름이 인상적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테이블 소사이어티 클럽은 직역하면 식탁 사교 모임입니다. 사교 클럽 콘셉트 브랜드를 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아이디어였습니다. 제가 뉴질랜드에 있었을 때 포트럭 파티(저녁에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자신이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며 친구들과 혹은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파티)를 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타지에서 온 저는 그 문화 덕분에 금방 적응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그 즐겁고 행복한 기억을 한국에 돌아가면 꼭 다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이런 공간을 만들어서 말이죠. 저희가 와인과 같이 먹을 수 있는 플래터를 주로 하는 이유가 다 같이 모여 이야기하면서 먹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다 같이 모여 즐겁게 먹자. 식탁 위에서!" 이것이 이 공간을 만든 이유이고 그런 에센스로 뽑아낸 이름입니다. 어감도 좋아야 했고 누구라도 접할 수 있는 단어를 찾으려고 신경도 많이 썼습니다.


말 그대로 Society Club


테이블 소사이어티 클럽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여도 사장님이 추천하는 와인과 플래터를 먹으며 격 없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테이블 소사이어티 클럽의 직원과 사장님도 음식과 와인을 내어주고 손님들과 함께 어우러집니다. 손님들은 전혀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불편한 내색은커녕 그 무드에 편안하게 루즈한 분위기로 산뜻하게 대화를 나눕니다. 식탁 위에서 사교하는 것, 그 공간과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테이블 소사이어티 클럽이 제공하는 최고의 베네핏입니다.


그곳만의 경영철학


경영철학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재미있게 장사하자 라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재미없으면 장사하고 싶지 않을 것 같고 이런 공간도 더 이어 갈 수 없을 테니까요. 장사가 잘 돼서 많이 벌면 좋겠지만 즐겁게 장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더 큽니다. 테이블 소사이어티 클럽같은 사교적 공간을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서로 어우러지는 문화가 많아 보이진 않으니까요. 앞으로는 여기보다 더 큰,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녹여낸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이 가게에 몰입해서 정말 아주 즐겁게요.


서울에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골목 상권이었으면 좋겠어요. 창 밖에는 상업적인 공간이 보이지 않고 주택가의 골목길이 보이는 곳이요. 넓은 창이 있는 2층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또 상가 건물의 익스테리어나 주변 풍경이 고즈넉하고 한적하면 더욱더 좋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영 앤 도터스> 임차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