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럭셔리 명품 브랜드인 불가리가 도쿄에 "불가리 호텔 도쿄"를 오픈했습니다. 불가리가 호텔을 한다고? 혹시나 싶어 찾아보니 여러 명품 브랜드들이 이미 호텔을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국내에서는 명품 브랜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본 기억이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왜 호텔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걸까요?
타깃층이 낮아진 명품 브랜드
불가리, 베르사체 등 명품의 타깃층은 높은 편이었습니다. 고가의 럭셔리 제품들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연령대가 높을 것이라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자신에게 투자하고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로 명품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명품 구입 연령대가 보다 낮아졌습니다. 따라서 명품들도 타깃층과 판매 방식을 확대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백화점에서만 구입하던 명품을 이제는 온라인에서 보다 쉽게, 보다 싸게,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구매를 할 수 있게 한 거죠. 그렇다면, 오프라인으로의 접근은 어떤 식으로 바뀌고 있을까요?
명품 브랜드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호텔
1. 불가리 : 2001년부터 리츠 칼튼과 합작 투자한 호텔을 열어 밀라노를 시작으로 런던, 두바이, 발리, 상하이, 파리, 베이징 등, 4월 초 오픈한 불가리 호텔 도쿄까지 모두 핵심 도시에 호텔을 오픈하고 있습니다. 건물 전체가 은으로 활용한 인테리어와 소품으로 꾸며졌고 곳곳에서 불가리 제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2. 페라가모 : 룽가르노 알버기 S.R.L이라는 이름의 호텔을 설립해 이탈리아 피렌체 아르노 강 위로 네 가지의 콘셉트인 호텔 룽가르노, 룽가르노 스위트, 콘티넨탈레, 갤러리 호텔 아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세기 화가들 작품을 볼 수도 있고, 강이 보이는 풍경이 꽤 고풍스럽다고 해요.
3. 아르마니 : 아르마니 호텔은 밀라노와 두바이에 있습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자택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디자인의 호텔이라 그 분위기가 꽤나 우아하다고 하는군요.
국내에서는 레스토랑으로 만나는 명품
1. 구찌 : 2022년에 론칭한 구찌 오스테리아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1호점을 시작으로 LA와 도쿄를 거쳐 한국에 4호점을 낸 레스토랑입니다. 구찌라는 명품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는 것에서 오픈 전부터 이미 큰 관심을 받았었습니다.
2. 루이뷔통 : 루이비통은 페이르 상 at 루이비통이라는 팝업 형식의 레스토랑을 오픈했었습니다. 전 세계 최초였다는데 그래서인지 5분 만에 모든 예약이 끝났었다고 해요.
3. 에르메스 : 에르메스 카페 마당은 에르메스 그릇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유명한 에르메스의 접시, 찻잔 등 모든 식기에 샌드위치나 커피를 즐겨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디올 : 카페 디올은 디올의 시그니처 문양인 CD가 새겨진 커피와 디저트를 팔고 있고, 카페 안에서 디올의 제품들을 볼 수도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가 레스토랑과 호텔을 운영하는 이유
명품 브랜드가 굳이 호텔을 운영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바로 라이프 스타일 때문일 겁니다. 뷰티나 패션 등이 주 사업 아이템인 그들에게 라이프 스타일은 꽤나 중요한 부분이죠. 가장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자신의 브랜드를 녹일 수 있는 영역이 바로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레스토랑과 호텔이겠고요. 서비스 개념으로의 접근이 아니라 호스피탈리티로의 접근이라는 차별화도 있습니다. (* 호스피탈리티 : 호스트 즉 집주인의 관점에서 내 집을 찾아 준 손님을 배려하며 손님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해 준다는 입장)
이 사람이 지금 당장 명품 가방, 명품 옷, 명품 신발을 구입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대신 그들에게 럭셔리한 경험을 심어 주죠. 이 명품을 체험해 봤더니 이런 느낌이구나- 이런 경험을 주는구나- 생각보다 나랑 잘 맞는데? 등의 친근하고 친화적인 생각을 갖다 보면 언젠가는 그 경험과 생각들이 제품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자연스러운 바이럴 또한 가능할 테죠. 실제 내 생활로 경험해 보며 그 브랜드만의 감각과 디자인을 경험한다는 것은 꽤 강력합니다. 그리고 그 명품을 좋아하거나 궁금해서 찾아오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그냥 호텔과 레스토랑이 좋다고 해서 갔는데 거기서 평소엔 관심 없던 명품을 전방위적으로 체험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긍정적인 관심이 생길 수도 있겠죠.
명품 브랜드만 할 수 있는 마케팅은 아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만 집중하던 마케팅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나의 브랜드를 사람들의 삶에 관통시키는, 나의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여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하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속 각인 방식으로 마케팅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처럼 사이즈가 크지 않더라도, 내 브랜드가 철학과 스토리, 디자인과 경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보다 더 흥미롭고 재밌게 인생 속 경험으로 각인시켜 보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요? 이미 그런 방법을 활용하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