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YE Nov 20. 2023

[강피엠] 직장동료에서 인생동료로

우리 가까워질 수 있나요?

  직장에서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고들 한다. 일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은 직장 동료를 친구나 인생동료로 생각하지 말고 적당히 선을 긋고 비즈니스적으로 대하라는 이야기다. 확실히 직장은 사적인 것이 개입했을 때 그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직장인에게 직장은 1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따라서 함께 오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직장 동료다. 그런 존재들과 언제까지 선을 그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난 내 할 일만 할 것이다-라면 상관없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오늘이 어제보다 낫기를 바란다면, 직장 동료와의 관계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 직장이 좋으냐 아니냐는 연봉이 얼마고 내 직급이 뭐고, 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의해서도 달라지지만 이 직장에서의 성과와 만족도는 확실히 내가 누구와 일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이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닌다고 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해서 그들과 모두 관계성을 갖게 되고 인연을 이어 간다고는 할 수 없다. 그건 어느 인간관계든 마찬가지다. 수많은 관계 중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닐까. 문득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때를 떠올려 봤다. 첫 출근 했더니 내게는 8살 어린 사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직장 생활을 늦게 시작하고, 그가 직장 생활을 일찍 시작한 탓이었다. 나이 차이는 크게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를 회사 선배로, 그는 나를 인생 선배로 생각했던 것 같다. 여러 공통점으로 친해졌고, 퇴근 후 근처 맛집을 찾아가며 관계는 진해졌다. 하잘 없는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영화나 재밌어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회사에서 만난 사이였지만, 우리의 대화는 항상 회사 밖으로 향해 있었다. 뻔하디 뻔한 회사 이야기에 갇혀 있지 않고 더 광범위한 곳에서 잡아 온 주제들이었다. 우리는 1년도 안 되는 시간을 함께 근무하고 각자 다른 곳으로 헤어졌지만 10년이 훌쩍 지나도록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내게는 그런 관계가 또 있다. 바로 지금 우리 오예 대표님과의 관계. 대표님과 나는 20년 전쯤 영상 편집 아르바이트로 만난 사이다. 그때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같이 일하게 될 거라는 걸. 각설하고, 우리는 많은 것들이 달랐지만, 커다란 공통의 주제를 갖고 있었고 그 공통점을 기반으로 나누는 대화들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같이 일한 기간은 얼마 안 되었지만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우리의 인연은 쭉 이어졌다. 그러다 정신 차려 보니 대표님과 직원 사이로 이렇게 다시 같이 일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눈 떠 보니 그녀는 내 보스?)


  대표님과 나는 종종 그때 같이 아르바이트하던 친구들을 떠올리곤 한다.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가 이렇게 같이 일하는 걸 알면 놀라지 않을까? 하면서. 그런데 얼마 전, 그 친구들 중 한 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찾아보던 중 너무 낯익은 얼굴이 보여 확인해 보니 그때 같이 아르바이트했던 친구였던 것이다. 너무나 반갑고 기쁜 나머지 바로 대표님에게 이야기했더니 역시나 깜짝 놀란 대표님은 바로 연락처를 찾아내어 연락을 했다. 두근두근. 친구는 우리 이름을 듣자마자 우리를 기억해 냈다. 십수 년 만인데도 기쁘게 기억해 내는 걸 보면 우리 관계가 나쁘진 않았던 모양이다-고 대표님은 웃었다. 친구에게 만나자고 했더니 흔쾌히 응해 점심도 먹었다. 바로 어제 만났다가 헤어진 것처럼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이야기를 한바탕,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한바탕, 요즘의 이야기를 한바탕. 그러는 사이 우리는 그 길고 긴 시간을 달려 다시금 그때 그 시절 다 같이 아르바이트하던 때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 재밌고, 즐겁고 멋진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oyee_hi 인스타에 연재 중인 오예 컷툰 3화


  그 재밌는 경험을 며칠 지나지 않아 한 번 더 겪을 수 있었다. 최근에 오예를 퇴사한 디자이너님이 놀러 온 것이었다. 나는 디자이너님과 거의 1년을 함께 일했다. 디자이너님과 나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다른 점 또한 꽤나 많았지만 우리는 꽤 많은 일을 함께 했고, 경험과 생각과 감흥을 나누었다. 그건 우리 둘만이 아니라 오예 모두가 그랬다.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우리들의 관계성이 쉽지 않았을 순간들도 버티게 하며 지나가게 해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놀러 온 디자이너님과 우리가 이전처럼 복작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노는 그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관계가 참 소중하구나-라며. 얼굴을 보고 안 보고 보다도 그런 감정들과 추억과 역사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내 회사에 있다는 것이, 내 기억에 있다는 것이 내게 너무나 큰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주었다.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그걸 나눌 수 있는 직장 동료가 있다면 버틸 수 있어진다. 물론 모든 인간관계가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망치고 사람이 구하는 것이니까. 직장이라는 특수한 장소와 상황, 그리고 직장 동료라는 경계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러나 그 경계가 무색해질 만큼 나와 맞는 동료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건 확실하다. 그런 동료가 있는 직장이라면, 내가 여기서만큼은 뭐든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디폴트로 갖게 되고, 그 마음에서부터 직장에 대한 만족도는 오르고 애사심도 생겨나는 것 아닐까?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자, 내 근처에 있을 나의 동료를 찾아. 오픈 유어 아이즈. O_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