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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by 오옐


해가 내리쬐는 오후

옅어진 그늘을 향해 손을 내밀어

수평으로 뻗은 그림자 위로 걸음을 옮긴다

느슨한 실이 길게 길게 풀려

입고 있던 티셔츠가 물결 모양이 되었다

야외에 있는 운동기구에 올라 몸을 비틀어

좌우로 반쪽씩 바라본 세상은 데칼코마니 같아

반으로 접었다가 펼쳐보니

같은 듯 다른 풍경이 눈앞에 겹쳐진다


익숙한 길을 걸으며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감상하는 일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에 머물러 있던 사람인 듯이

같은 의자에 앉아 있고 싶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오늘은 집에 있을까 하는

마음이 슬쩍 고개를 내밀어도

반갑게 맞이할 채비를 하고

이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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